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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3.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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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마일스는 왜 갑자기 속도를 줄였을까?

<포드 V 페라리>

 

포스터.jpg

 

 페라리와의 인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필자는 그 해 자비를 들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보러갔다. 그 곳에서 페라리를 처음으로 실물로 마주하게 되었다. 강렬한 빨간색과 근육질의 디자인은 필자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차는 페라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포드 GT40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견한 멋진 차였다. 어떻게 포드 자동차가 이런 차를 만들었지?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이러한 나의 물음에 답하는 영화가 바로 <포드 V 페라리>(2019)이다.

 자동차 대량생산의 선두주자인 포드사가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 뛰어 들어, 기존 우승자이자 레이싱 차의 대명사인 페라리와 경쟁해서 승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은 이러한 우승을 이끈 두 주역, 캐롤 쉘비(Carroll Shelby, 맷 데이먼)와 켄 마일스 (Kenneth Miles, 크리스찬 베일)이다. 당시 포드사의 대표인 헨리 포드 2세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물리치고 포드차가 우승하기를 바란다. 포드 자동차도 레이싱카를 제조할 능력이 있으며 또한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자동차 제조회사로서의 최고라는 이미지를 원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캐롤 쉘비가 포드사 레이싱 팀 책임자로 선정된다. 그는 켄 마일스를 자신의 레이싱 팀 운전자로 스카웃한다. 켄 마일스는 자동차 엔지니어이자 레이싱 카 운전자로서의 능력은 탁월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 포드 자동차 부사장(비비)과의 어긋난 첫 만남은 그의 레이싱 대회 참석을 어렵게 만든다. 이로 인해 부사장과 켄 마일스에 깊은 신뢰를 가진 쉘비의 갈등은 증폭 된다. 결과적으로 캐롤 쉘비와 켄 마일스가 같이 개발한 포드 GT40(MkII)으로 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 할 수 있었지만, 비비의 간섭으로 인해 우승을 뺏긴다.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비비의 명령을 어길 수도 있었는데 켄 마일스가 차의 속도를 갑자기 늦춘 부분에선 질문이 생긴다.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시속으로 달리던 그가 7000 RPM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숨을 몰아쉬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그는 왜 그곳에서 속도를 줄였을까? 더군다나 자신이 2등으로 밀렸다는 얘기를 듣고도 화조차 내지 않는다. 영화 속 쉘비의 대사처럼 차량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고 공간을 가로지는 몸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어떤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한 랩을 추구하면서 최선을 다한 그가 무엇을 느낀 것일까? 관객들 각자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가 끝났을 때 마치 영화가 갑자기 중단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대회 이후 새롭게 개발한 차종을 테스트하다가 켄 마일스는 사고로 죽는다. 그의 죽음이후 괴로워하던 쉘비는 켄의 가족을 보러 와서 아들에게 렌치를 돌려주고 가면서 끝난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이들이 함께 개발한 포드 GT4066, 67, 68, 69년 연속으로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했다는 자막이 아쉬움을 달래주긴 했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를 믿고 인정해 주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한 켄 마일스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크리스찬 베일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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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의 영화이야기 '포드V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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