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유·무의 해수욕장은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변 관광지로 해변관리는 필수
- 모래사장 관리 위해 고가의 장비를 사 놓고 활용 못해 방치하는 것은 큰 문제
인천 중구가 백사장 청소를 위해 구입한 고가의 장비를 2년째 운행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도 기계를 운전할 사람이 없어 운행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욕장 백사장을 청소하는 장비는 샌드크래프트라는 중장비로 부산에 소재한 기업에서 특허를 출원해 제작한 제품이다. 장비 제작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해수욕장의 모래를 15~20cm를 파내면서 조개껍데기나 담배꽁초, 깨진 병조각 등 1.5cm 이상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모래속에 공기층을 확보해 푹신한 백사장을 만든다고 한다. 또한 장비가 운행하면서 모래를 뒤집어 모래속에 서식하는 각종 병원균들이 자외선으로 살균되도록 해 깨끗한 해수욕장을 조성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장비의 성능이 입증되어 부산, 포항, 울산, 완도군 등 해수욕장이 많은 지자체는 직접 구매하거나 이 업체에 용역을 주어 해수욕장 백사장 관리를 해 오고 있다.
인천 중구도 국가지정 해수욕장인 을왕리·왕산·하나개 해수욕장과 자연발생 유원지인 선녀바위·실미해수욕장의 백사장 관리를 위해 이 업체에 용역을 주고 2017년과 2018년에 해수욕장 관리를 해 왔었다. 그러나 기계 임차비와 기사 인건비가 포함된 용역비가 고액이고 매년 고정적인 지출이 예상되어 중구는 2019년 5월에 약 2억 원을 들여 샌드크래프트를 구매하게 된다.
문제는 2019년 8월에 납품 받은 샌드크래프트가 4개월 밖에 운행하지 못하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 장비를 운행하던 임기제 공무원 운전자가 지병으로 사망하고 후속으로 장비를 관리할 후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샌드크래프트는 앞 뒤 바퀴가 다 구동해 4개의 모니터를 보면서 손으로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운전 때문에 수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해 아무에게나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구에서는 지난해 이 장비를 숙련되지 않은 다른 운전자에게 맡겼다가 두 차례 사고를 내기도 했다.
중구 기반시설과 관계자는 “지난해 초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해 차량운행을 맡기려 했지만 지원자가 없었고, 최근 제작업체에 운전 인력 파견을 의뢰 했지만 성수기인 관계로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2억 원에 구매한 장비관리도 문제다. 4개월을 사용한 장비는 용유동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 방치되어 있다. 장비 제작업체 관계자는 “바닷가에서 작업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작업후에는 세차와 함께 윤활유를 발라주어야 부식을 예방할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창고에 보관하거나 눈이나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가림막 조치라도 해 두어야 오랫동안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산 해운대나 완도군 등 장비를 구매한 지자체는 전담 인력을 두고 장비 운행과 정비를 맡아 백사장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장비도 정비를 잘해 내구연한을 넘기면서 잘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용유도의 한 해수욕장 번영회 관계자는 “용유와 무의도는 바다를 즐기려는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데 백사장을 깨끗하게 하는 고가의 장비를 사 놓고도 운전자를 못 구해 운행을 못한다는 것은 비싼 고철을 모셔두고 있는 꼴”이라며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와 해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런 장비를 운행하는 공무원이 바닷가 주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일꾼으로 충분한 급여와 신분을 보장하는 전담 공무원으로 채용해 해변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T가 이동통신망 빅데이터를 분석한 전국해수욕장 방문자 자료에 따르면 을왕리해수욕장은 6위, 왕산해수욕장은 8위로 조사되었다. 수도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수욕장에 안전사고 예방과 여행객들에게 깨끗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해변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7월 1일이면 용유도와 무의도의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