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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9.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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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을 아름답게 만드는 플로깅의 원조 조태환·이소영 어르신. 신문에 올리겠다고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한사코 거부하시다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기사 낼일 없다’며 마스크를 더 올려쓰고 모자를 더 깊이 내리셨다. 손을 꼭 잡은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매일 아침 운남동 넙디 공원 주변 쓰레기 줍는 어르신들 귀감
- 음료수 컵, 담배꽁초, 과자쓰레기 버리고 반려동물 배변 안치우는 사람들은 여전

 

운서동과 운남동에 걸쳐 있는 넙디공원은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지난해 푸르지오더스카이 아파트가 입주하고 올해부터 SK아파트 1차와 2차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넙디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넙디공원은 영종국제도시의 많은 공원중에서도 아주 깨끗한 편이다. 그 이유는 매일 아침 넙디공원과 이 일대에 아파트 단지 주변 공원과 산책로에 쓰레기를 줍는 어르신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SK1차로 이사오셨다는 조태환 어르신(74세)과 이소영 어르신(71세) 부부는 매일 아침 산책삼아 LH1·2단지와 유승한내들, SK1차 2차, 넙디 어울림, 대림1차 까지 요일별로 코스를 만들어 산책을 한다. 그러면서 한 손에는 봉투를 또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있다. 아내 이소영 어르신은 풀속에 숨은 쓰레기까지 찾아낸다. 마치 보물찾기 놀이라도 하듯 깊이 박혀있는 담배꽁초까지도 찾는다.

 

두 부부는 이곳에 이사오기 전 영종자이 아파트에 사셨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동네 쓰레기 줍기를 하셨는데, 이사를 한다고 하니 동네 주민들과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은 ‘그동안 어르신들 덕분에 동네가 깨끗했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서운한 작별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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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1차에 사시는 조태환 어르신과 이소영 어르신 부부는 매일 아침 산책삼아 LH단지와 유승한내들, SK1차 2차, 넙디 어울림, 대림1차까지 요일별로 코스를 만들어 산책을 하며 산책길에 버린 쓰레기를 줍는다.

 

조태환·이소영 어르신들이 영종에 정착한 것은 2년 반 전, 이전에는 미국에서 사셨다고 한다. 1970년대 중동 건설붐이 일고 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년간 생활했고, 이후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 40여 년간 사셨다고 한다. 미국에서 건축면허를 따기 전까지는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생활을 꾸렸는데 그러면서도 항상 길거리 쓰레기 줍기는 취미처럼 즐겼다고 한다. 어쩌면 최근 환경운동의 유행어로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이런 활동덕분에 LA시장과 의회의장상을 받는 등 꽤 많은 상도 받고, 사회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하셨다고 한다.

 

아침마다 쓰레기 줍는 것을 몇 번 보고 대단하시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조태환 어르신은 “취미로 하는 일인데 뭐. 건강해지고 깨끗해지고 좋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과 음료수 캔은 따로 모아 아파트 재활용수거통에 넣는다고 했다. 쓰레기 담을 봉투를 구청에서 얻어다 드리겠다는 이야기를 건넸지만 “600원밖에 안하는거 사서 쓰지. 그런걸 받아서 뭐 하겠어”라는 반응이다. 아침마다 만나는 동네 주민들은 이제 친구가 되었는지 가벼운 인사를 건네며 플로깅을 계속하신다.

 

또 다른 주인공은 올해 77세가 되셨다는 조혜자 어르신이다. 2년전에 LH1단지로 이사오셨다는 어르신은 아무리 봐도 제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시다. 2년전부터 2단지아파트와 영종고등학교와 넙디공원 등 주변에 쓰레기를 주워 왔다는 어르신은 동네에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지나가는 주민들과 인사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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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를 마치고 지난 2년간 매일 아침 영종고등학교와 넙디공원에 운동삼아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고 계시는 조혜자 어르신. 77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미인이시다.

 

“남편하고 5시에 새벽기도 갔다가 어르신은 주무시러 들어가시고 나는 이렇게 나와서 운동겸 쓰레기를 주워요”
아침에 맑은 공기 마시며 이웃들과 인사하는 이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깨끗해져서 기분 좋아지고, 운동해서 몸 건강해 지니 좋고,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조혜자 어르신은 빠른 걸음으로 영종고등학교 뒤편 골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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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 벤치는 흡연자들의 천국. ‘공공장소 금연’을 알리는 게시글이 붙어있지만 개의치 않고 담배를 핀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꼭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마구 버리는 사람들이다.

 

영종국제도시에 인적이 드문 곳은 쓰레기배출 스티거 비용이 아까워 쇼파부터 침대까지 온갖 살림살이를 가져다 버리는 사람들이 있고, 담배꽁초와 음료수 페트병, 과자 봉지까지 그냥 버리는 무개념인 사람들도 많다.

 

넙디공원 풋살장은 매일 밤마다 동호회 회원들이 운동을 하지만 담배꽁초와 음료수 페트병 등 놀고 간 흔적은 아침마다 발견된다. 또 반려동물 운동시킨다고 데리고 나와 배변물을 그대로 두고 가는 반려견과 같은 지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영종을 아름답게 가꾸는 어르신들을 꼭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봤을때는 한 마디씩 해 주어야 한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영종은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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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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