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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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두번째
    사진 구도,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로!   기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보도사진이나 실험정신과 창의성의 성취를 추구하는 예술사진은 논외로 하고, 일반인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지향하는 좋은 사진의 요건은 무엇일까? 단연 구도(composition)라고 말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선예도와 색감이 뛰어난 사진을 찍었다 해도 매력적인 구도를 취하지 못했다면, 그 사진은 인상적인 평가를 남기기 어렵다.   구도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사진 속의 시각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구도는 사진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종의 설계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사진이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행위로 인정받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필립 퍼킨스는 “사진은 눈으로 보여진 통찰”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통찰의 힘은 바로 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구도는 천부적인 소질과 느낌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도달하기 힘든 영역도 아니다. 연습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만드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천부적 소질과 감에만 의존하는 사진가는 높은 수준의 작품세계에 도달하는데 한계가 있고, 사진생활의 즐거움을 지속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구도에 이르는 과정은 섬세하고 세심한 주의력이 요구된다. 구도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넣거나 빼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넣고’, ‘빼는’ 행위는 촬영자에게 늘 고민을 안겨준다. 의도된 연출을 하지 않는 한, 눈앞의 시각적 요소들을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프레임 안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제외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순간 포착을 위한 신속한 판단 능력도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는 이미 프레임 안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배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구도는 사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하려는 정보를, 그에 적합한 구도로 표현하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여진 원래 장면과 카메라 프레임 안에 구성된 장면은 전혀 다른 모습과 의미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진은 태생적으로 소통의 도구(media)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이미지 전달 문법이 필요하다. 그러한 문법을 익히는 것이 바로 ‘좋은 구도 만들기’를 연습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 과연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할까? 사진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몇가지 연습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각적 이미지를 조화롭고 균형되게 배치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 요소를 배치하고 촬영하는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을 모두 맞추기 힘들 때는 수직을 우선시 한다. 분명한건  수직/수평 맞추기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기법이라는 것이다.   둘째, 여백의 활용을 항상 생각하도록 하라. 대개 좋은 사진은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뺄게 없는 단순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욕심은 금물이다. 과감하게 빼고 제거해야 한다. 보여주고 싶은 주제와 이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요소들은 굳이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는 보조 장치일 뿐이란 걸 명심하자. 셋째, 이번에는 여백을 채우는, 즉 프레임 구석구석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전봇대, 전선, 간판, 지나가는 사람 등과 같은 일상적 이미지들을 구석구석에 적절히 배치해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한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수직과 수평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틈나는대로 좋은 구도의 사진을 직접 보고 익히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대가들의 사진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브레송은 순간포착에 능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세밀한 관찰과 계산을 통해 완벽한 구도로 촬영된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에드가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손과 발의 동작, 시선의 처리, 여백의 활용 등 사진 프레임으로 그대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매주 열리는 사진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어도 좋다. 모든 전시회의 사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미흡한 작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배울 수 있다.   이밖에도 좋은 구도를 위한 연습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3분할의 법칙 같은 기본적인 프레임 활용방식을 먼저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난 뒤에 자기만의 파격적인 구도를 시도해도 늦지 않다. 모든 창작행위가 그렇듯 사진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발전할 수 있다. 사진에도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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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18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번째
    <<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든 국민이 사진가가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위의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자신을 찍는 셀카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다양한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특히 디지털 일안 반사식 사진기(DSLR. Digital Single Lens Reflex)는 사진전문가 뿐만 아니라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퍼져 국내에 300만대가 넘게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다양한 사진전문 잡지나 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으로 아마추어들은 생소한 용어부터 높은 벽을 실감합니다. 기기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사진을 조금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 입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시각에서 사진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글을 써 주시는 이호준 사진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언론학 박사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재직중이며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입니다. 갯벌의 풍경을 찾아 영종도와 장봉도 등 우리지역을 자주 찾는 사진가는 앞으로 글을 통해 독자들의 사진에 대한 이해폭을 넓혀 줄 것입니다. 원고를 기고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 번째 사진 노출, 트라이앵글 법칙 이해하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어려운 조작 없이 사진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기능을 지닌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간단한 설정만으로 전문가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필름에서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기록 매체가 바뀌었을 뿐, 사진이 ‘찍히는’ 과정은 여전히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진생활의 지속성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생의 동반자처럼 두고두고 사진생활을 즐기기 위한 사람이라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빛의 예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빛이 없으면 사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빛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렌즈를 거쳐 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에 피사체의 형상과 색상을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빛의 양인데, 카메라로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노출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노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에서부터 사진생활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은 적정한 노출로 촬영된 결과물을 일컫는다. 그러면 과연 적정 노출은 어떻게 측정하고 조절하는가?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노출을 조절하는 여러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셔터, 조리개, ISO가 그것이다. 이 셋을 조합해 적정한 노출 상황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다. 일종의 ‘트라이앵글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두 노출에 관여된다는 점에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셔터 속도는 빛이 카메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조절한다. 카메라에 표시된 숫자가 클수록 셔터 속도는 빨라지고 그만큼 빛은 적게 들어온다. 조리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역시 숫자가 클수록 빛은 적게 들어온다. 이처럼 숫자가 클수록 카메라 내부로 들어오는 광량이 적어지는 것은, 카메라에 표시된 셔터 속도는 원래 분수지만 편의상 분모에 해당되는 숫자로 표시하기 때문이고, 조리개 수치(F)는 초점거리를 조리개의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빛이 들어오는 렌즈의 구경이 좁아져서 빛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SO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필름 카메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필름의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고,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 장치를 이용해 빛을 증폭해 민감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 카메라는 촬영 전에 자동이나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하면, 카메라 스스로 셔터 속도, 조리개, ISO 수치를 적절히 조합해 적정한 노출값을 구해 자동으로 촬영한다. 그러면 물을 것이다. 이렇게 카메라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데 굳이 트라이앵글 법칙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장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 말고도 사진의 표현력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셔터 속도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관여한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찍기 위해서는 사전에 셔터 속도를 매우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뒷배경은 흐릿하지만 인물은 또렷하게 찍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조리개는 사진에서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지는 범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사진용어로 심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셔터 속도와 조리개만으로 광량의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즉 어두운 실내처럼 빛의 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ISO값을 높여 인위적으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ISO값을 높이면 이미지가 거칠게 표현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 세 장치를 주변의 노출 상황과 촬영자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 중 하나를 조정하면 다른 하나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날아가는 비행기를 멈춘 것처럼 찍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한데, 그러면 노출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조리개를 좀 더 개방하거나 ISO값을 높여 부족한 광량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 연인의 얼굴만 강조하고 뒷배경을 날리고 싶으면 조리개를 충분히 개방해야 하는데, 이때는 과다 노출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광량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동작의 강조 또는 배경화면의 처리 등 촬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셔터 속도나 조리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사진의 표현력과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령 고성능의 자동 노출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시대에 사진노출의 트라이앵글 법칙을 모른다 해도, 사진을 찍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촬영자가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거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노출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나칠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응시할 때 셔터, 조리개, ISO의 수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그날이 바로 초보 사진가를 졸업하는 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호준 사진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작가소개 :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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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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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마지막회 -
    우리는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온 국민이 사진가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눈높이에서 사진을 설명한 ‘이호준 사진가의 사진이야기’ 지난해 6월부터 연재했습니다. 사진을 보는 시야을 넓혀준 사진이야기 연재는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마감합니다. ‘이호준의 사진이야기’는 당사 홈페이지(www.iaynews.com)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연재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사진의 이유에 대하여   사진 관련 토론에 참여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사진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토론 참여자들의 의견과 주장은 어긋나고 적정한 타협이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진에 관한 논의는 듣는 자보다는 말하는 자가 우위에 서고, 감정 실린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사진에 관한 단일한 생각, 즉 합의된 담론을 형성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람마다 사진을 하는 목적과 사진을 바라보고 규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상대방의 사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소모적인 논쟁이 줄어들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사진 활동’이란 ‘사진 찍기’뿐만 아니라 사진 관람, 동호회 활동, 카메라 다루기 등 사진과 관련된 제반 활동을 포괄한다. 사진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추구하지만, 사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사진 활동의 동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가와 사진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사진 활동의 목적과 동기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라는 통계방법을 이용해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사진 활동에 대한 동기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여섯 가지로 사진 활동의 동기를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사진에 대한 생각과 시각이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활동 동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경험의 공유’로, 사람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가까운 사람에게 알리거나 공유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사진 활동이다. “특별한 경험을 기억에 남기고 주변에 알리기 위해서”, “페북 등 SNS에 기록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위해서”, “내가 본 것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간 곳, 내 모습, 내 기분, 추억 등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서”,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등이 이에 해당되는 응답자들의 진술이다. 대체로 사진을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두 번째 동기는 ‘예술적 재능 발휘’로 자신의 끼를 발산하거나 예술적 행위의 일환으로 사진 활동을 추구하는 것이다. “작가나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느껴져서”, “내가 지니고 있는 예술적 감각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서”, “남들이 나의 사진 재능을 인정해줘서” 등으로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진을 자신의 재능이나 예술적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는 활동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일상의 기록’으로 모사나 재현성이 뛰어난 사진의 특성을 일상생활에 활용해 기록의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기 쓰듯 사진으로 일상을 담아내기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 “가족의 일상적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사진을 거울삼아 나를 바라보고 반추하기 위해서”, “여행이나 인생의 동반자처럼 느껴져서” 등이다. 시공간의 고정, 기계 복제성이라는 사진 매체의 특성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동기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사회관계 확대’로 타인과의 친분이나 사회관계를 확대하려는 욕구로 사진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진을 통한 동호회 활동에 관심이 있어서”, “사진이 친구를 사귀는데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사진을 통해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SNS, 사진 동호회, 사진 강좌 등 다양한 사진 활동에 참여하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동기 유형이다. 다섯 번째 동기는 ‘사진 기술에 대한 매료’다. “사진장비를 다루는 것이 좋아서”, “촬영, 현상, 스캔, 보정의 수행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서”,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촬영 행위가 좋아서” 등으로 얼리어답터로서 새로운 장비에 관심을 갖거나 사진의 과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사진 활동 동기는 ‘장면의 소유’로 응답자들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거나 타인과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의 장면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하려는 심리를 반영한다. “좋은 경치를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서”,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등과 같이 추억과 경험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보여주는 동기다. 이처럼 사진 활동 동기는 6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고, 사진 활동은 대개 이 요인들의 범주 내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동기가 응답자들의 사진 활동을 모두 포괄하거나 설명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만큼 사람들이 사진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동기 한두 개로 개개인의 사진 활동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인간의 심리가 복잡한 것처럼 사진 활동의 이유나 동기도 여러 개를 조합해야 설명 가능한 상황도 생기는 것이다.        DSLR 카메라 보급의 확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상시 휴대는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활용 폭을 크게 확대시켰다. 추억 남기기, 기록, 예술 활동 등과 같은 전통적인 사진의 목적의 더해 공유와 사회관계 확대라는 새로운 활용이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은 그 어느 매체보다 일상과 더욱 밀접해지고 쓰임새가 확장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나 사진 애호가들의 사진 활동 이유나 동기도 더욱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그것은 사진이 그 어느 매체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민주적인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의 쓰임새나 활용 동기에 대해 한두 가지 요소로 단정 지어 정의하고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진 활동 동기의 복합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사진에 대한 생각을 수용하는 풍토 속에서 사진문화는 더욱 풍성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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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7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13
    즐겁던 사진 촬영이 재미없어지거나 권태로워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 드러난 원인이 있다면 그에 맞게 대응하면 되지만, 간혹 영문도 모른 채 슬럼프는 찾아온다. 이런저런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영감을 주는 출사지로 여행을 떠나거나 고수를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한다. 괜찮은 방법이다. 좀 더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카메라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카메라 브랜드나 스펙의 변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기종을 바꿔 촬영 방식과 시선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대략 세 종류의 카메라를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촬영에 나서보자. 사진 애호가라면 DSLR 카메라, 컴팩트 카메라, 필름 카메라 정도는 갖출 필요가 있다. 이들 카메라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특정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큰돈 들여 구입한 DSLR 카메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겠지만, 카메라 한 대로 모든 촬영에 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다양한 출사지를 자유롭게 다니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장소와 분위기에 맞게 카메라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사진 취미에 심취해 있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진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DSLR이 됐든 미러리스가 됐든 사진가들은 풀 프레임 카메라(이하 DSLR 카메라로 통칭)를 메인 카메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광각에서 망원까지 다양한 렌즈를 촬영 상황에 맞게 교환하며 대응할 수 있는 카메라다. 마음먹고 출사를 나가거나 해외여행을 떠날 때, 전시를 염두에 둔 작품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카메라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가격도 고가다.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고 렌즈는 고급 기종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 카메라 자체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다. 따라서 DSLR 카메라를 들면 자기도 모르게 촬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카메라 자체에서 우러나는 포스 때문에 남들 눈에 띄고 주목을 받기도 한다. 피사체에 대한 접근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자기가 사는 동네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때 DSLR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면, 남의 눈을 의식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먼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골목을 지나가는 고양이, 낡은 담벼락에 묻은 세월의 흔적, 담 넘어 살짝 보이는 앙증맞은 빨래집게를 찍는 데, 큼지막한 DSLR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히 사진 찍는 행위는 부담스러워지고, 갑자기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이럴 땐 DSLR 대신 손안에 들어오는 컴팩트 카메라(Compact Camera)를 챙겨보자. 컴팩트 카메라란 흔히 ‘똑딱이’이라고 불리는 셔터만 ‘똑딱’ 누르면 되는 조작이 간편한 카메라를 말한다. 렌즈 교환은 불가능하고, 고정 초점 또는 표준영역대의 줌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컴팩트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가볍고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설령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DSLR처럼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그러한 장점은 고스란히 사진가에게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피사체에 거리낌 없이 마주하고 싶을 때, 시내 산책이나 골목길을 걸을 때, 지인들과의 모임에는 DSLR 대신 컴팩트 카메라를 휴대해보자. 최근 휴대폰 카메라의 일취월장하는 성능 때문에 쓰임새가 급격히 적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무엇보다 사진 찍는 손맛은 휴대폰과 비할 바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압도적인 화질과 다양한 기능, 촬영 장면의 즉시 확인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반드시 편리한 것만을 좋아하진 않는 법이다. 가끔은 느리고 불편한 것을 감수하려는 마음을 한 켠에 담아두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아날로그 카메라, 즉 필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름 현상소도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날로그 사진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고, 거칠고 투박한 필름 사진의 매력에 빠져드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이런 필름 카메라를 슬럼프 극복의 도구로 활용해 보자. 화려하고 선명한 사진에 피곤함을 느낄 때, 고가 디지털 카메라의 첨단 기능에 주눅이 들 때, 필름 카메라를 꺼내 사진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셔터를 누르자마자 습관적으로 액정 화면을 확인하려다, 아차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답답함을 참아내고 적응하면서 천천히 피사체를 응시해보자. 정성스레 구도를 잡아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찍으면서 사진의 매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마 36장 필름 한통 찍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놀랄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 모습을 드러낸 필름 속의 영상을 보며 탄성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사진을 가볍고 성급하게 다뤘는지를 깨닫게 된다.  상황과 용도에 맞게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사진을 찍는 현명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면 똑같은 촬영 상황에서 카메라만 바꿔도 사진이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래서 사진 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즐겁지 않을 때, 과감하게 카메라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보라는 것이다. DSLR, 컴팩트, 필름 카메라는 각기 고유한 특성이 있고, 그것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기계의 문제가 아니다. 달라진 카메라는 사진가의 피사체에 대한 태도와 촬영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변화를 가져온다. 사진 촬영이 재미없고 권태로운 게, 혹시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시선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진을 바꾸고 싶을 때 카메라를 바꿔 보자. 카메라를 바꾸면 사진이 달라질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1-01-13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12 -
    재현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의 본질은 무엇일까? 롤랑 바르트는 사진을 “지시체의 발산”으로 정의하였다. 한때 존재했던 진짜 대상에서 빛줄기가 나와 필름에 자취를 남긴 것이 사진이라는 것이다. 사진의 본질이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사진의 출발 자체가 재현이라는 족쇄에서 화가들을 해방시키는 데서 시작된 것이었다. 사진(기)의 발명 이후 재현은 회화의 핵심 과제가 아니게 되었다. 회화는 재현이라는 기록의 영역을 사진에게 넘기고 감정의 영역, 즉 추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이처럼 사진의 본질이 재현이고, 사진이 재현을 위한 확고부동한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진은 재현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초창기 사진이 그랬듯이 혹시 회화를 닮으려는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   1826년 프랑스의 조셉 니세포르 니엡스에 의해 처음 사진이 발명된 이후, 사진은 끊임없이 독자적인 위상을 갖추려 노력했다. 사진을 미술의 보조 수단으로 한정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예술 장르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예술로서 인정받으려는 대표적인 움직임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회화주의 사진(Pictorial Photography)이다. 이는 회화의 생산 원칙, 생산 과정을 사진의 생산 규범으로 삼은 것으로, 회화와 거의 비슷한 정신적 과정을 통해 사진도 생산된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것이었다. 결국 회화주의를 통해 사진이 예술로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진이 회화에 복종함’을 증명한 셈이 되었다. 사진이 그림보다 아래에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회화주의의 한계를 넘어 사진 그 자체, 재현이라는 사진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예술로서 위상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1920년대 미국의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y)과 독일의 신객관주의 사진(New Objectivity Photography)이 그것이다. 스트레이트와 신객관주의는 기록성과 재현성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사진 표현 방법이다. 예술 장르로서 회화에서 사진을 분리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사진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했는데, 그게 재현에 기초한 기록성이고 어떠한 연출이나 효과 없이 피사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물론 스트레이트 사진과 신객관주의 사진이 지향하는 세계관은 다르지만, 정밀한 세부 묘사, 빛과 음영의 섬세한 재현, 풍부한 계조 표현, 육안의 능력을 뛰어넘는 깊은 심도를 사진적 재현의 특질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스트레이트 사진과 신객관주의 사진의 본질적 특성인 재현이 예술적 표현의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피사체를 단순 모사하거나 복제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이상, ‘메타 모사’로서 기능해야 하고, 피사체 고유의 외면적 기호에 새로운 ‘기의’를 입힐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육안으로 봤을 때는 그저 평범한 광경이지만, 사진을 통해 표현된 모습은 새롭고 낯선 이미지로 재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진가의 시각이다. 어떠한 연출이나 변형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피사체 안에 감춰져 있거나 숨겨져 있는 요소를 짚어내, 그것을 재현이라는 표현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사진을 통해 드러난 이미지는 알레고리(구체적 대상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표현)로서 또는 낯섦으로 독자들에게 예술적 표현으로 수용된다.     최근 국내 사진계에서 재현에 충실한, 소위 스트레이트 사진 작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가들의 전시에서 순수 재현 사진을 만나기 쉽지 않다. 장노출, 저속 셔터, 흔들린 이미지, 과도한 대비, 이미지 합성, 주관적 심정 표현 등 충실한 재현과는 거리가 있는 표현방법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이 문제가 있다거나 예술적 표현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록성과 창의적인 프레임 추구라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사진의 본질에 대한 소홀함이 확산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다. 회화와 동등한 위상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으려 했던 사진의 지난한 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다큐 사진의 위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자기표현 주체로서 개인의 자각, 초상권 중시, 기본권 신장 등으로 다큐 사진의 핵심 피사체인 인물에 접근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인물이 풍경의 소품으로 전락해가는 경향마저 보인다. 그렇다고 다큐 사진의 정신과 가치까지 위축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진은 강력한 기록매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기록의 중요성은 간과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세밀하게 현실을 기록하고 시대상을 재해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창의력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시각으로 피사체를 바라보고, 시대와 사회에 내포된 의미를 드러내는 사진 작업은 여전히 소중하다. 일상에서 무심코 마주치는 정물이나 소품에 대해서도 사진가의 창의적 시각을 통해 피사체 본래의 기능을 넘어 인간 생활에 스며든 삶의 낯선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은 가치가 있다.     예술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항상 혁신적인 표현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립 퍼커스는 “예술이란 관찰과 기록 사이의 좁고도 무한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 예술가란 끊임없는 선택과 재해석의 결과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사물 자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아직 재현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기록정신은 존중되어야 하고 현실에 대한 사유와 재해석을 위한 창의적 재현 작업은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12-23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11-
    사진의 깊이를 더해주는 시각, 철학, 열정   좋은 사진가의 요건 또는 사진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카메라를 갖거나 능숙한 사진 기법을 습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창의적 시각과 철학적 배경 그리고 열정의 지속이 그것이다. 이것들에 비해 장비나 기술은 부차적인 요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시각의 중요성에 눈감고, 철학의 필요성을 외면하고 열정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대중적이고 접근하기가 쉬운 매체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자동화되어 셔터만 누르면 멋진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의 진실은,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 게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찍는다’는 데 있다. 문제는 사진에 대한 시각, 철학, 열정이 마음먹는 대로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각은 타고 나야 하고, 철학은 자기성찰의 결과이고, 열정은 흥미와 즐거움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많은 게 그러하듯 노력하여 도달할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이미 내 자신 속에 내재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발견하고 개발하면 된다.     시각(視角)이란 사전적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거나 파악하는 각도 또는 입장”으로, 사진가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방식을 말한다. 같은 위치에서 다른 것을 보거나, 같은 대상인데 남들한테는 안 보이고 나한테만 보이는 것, 그런 게 시각이다. 시각은 타고나는 것으로, 개개인의 마음과 사고에 내재돼 있다. 시각은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다. 사진의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지만, 시각만은 그렇지 않다. 훌륭한 사진가의 탁월한 시각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품고 있는 본능적 감각 같은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사진가의 시각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따라하거나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 배웠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술의 정수인 창의성은 증발해버린다. 따라서 시각은 배우려 하기보다 스스로 찾아내고 개발해야 한다. 이미 잘 알려진 시각을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는가 혹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창조할 수 있는가, 이것이 사진가에게 주어진 숙명적 과제다. 자신만의 시각을 갖지 못한 채 예술가로 활동하거나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고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각이 선천적인 것에 반해, 철학(哲學)은 후천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철학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처해진 환경이나 직접 접한 경험 등을 통해 얻어진 세계관 또는 인생관”이다. 사진가가 무언가를 관찰하고 촬영할 때 취하게 되는 태도 혹은 위치를 말한다. 사진가의 철학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위 현장을 찍을 때 사진가가 노동자의 위치에 서느냐 아니면 자본가의 입장에서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진의 의미는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사진은 세상의 특정한 부분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사진가가 지니고 있는 철학에 따라 달라진다. 철학 없는 사진은 없다. 인지하지 못해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사진가는 미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사진과 작업에는 작가의 철학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철학은 시각과 달리 배울 수 있다. 철학의 본성은 자신을 뒤돌아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가치와 세계관을 정해 추구하는 것이다. 철학은 마치 내 자신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세우는 것과 같다. 그것은 노력과 학습으로 가능한 일이다.   열정(熱情)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대개 열정은 한순간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열정은 한순간의 감정이나 설렘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열정과 설렘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열정은 동인(drive)이다. 어떠한 것을 열심히 하도록 부추기는 원동력이다. 열정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힘들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것을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열정이다. 좋아하던 것이 갑자기 하기 싫어질 수 있는데, 그것은 열정이 식어서라기보다 흥미를 잃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열정은 흥미를 잃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마음이다. 따라서 열정은 강도가 아니라 지속성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흥분을 뛰어넘어 지적 흥분을 경험하는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열정의 유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처음에는 쉬운데 하면 할수록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사진도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카메라 성능은 갈수록 좋아지고, 조작법도 사용자 위주로 개선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사진이 쉬워졌다는 얘기는 듣기 힘들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진은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가의 눈과 마음으로 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보고 왜 찍고, 어떻게 담을 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그것도 짧은 순간에 말이다. 그런 복합적 결정의 배후에 시각과 철학이 존재한다. 그러면 사진의 시각과 철학을 어떻게 형성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력을 통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시각은 자기만의 독특한 시선이고 정체성이다. 유명한 작가들의 시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도대체 저런 걸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그러니까 작가고 예술가인 것이다! 그들의 시각은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참고하고 나의 시각을 찾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예술의 모습은 독창성과 남다름 그리고 낯섦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나만의 것’을 의미한다. 나만의 보는 방식을 찾아내 구체화하는 수밖에 없다.   철학은 관점이다. 누구에게나 철학은 있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자신의 관점, 즉 세계관을 밖으로 표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인생관을 되돌아보고, 위대한 사진가들의 작품 감상과 독서 등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낼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세계관에 맞게 사진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방향을 지속시켜 자신의 철학을 완성해야 한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자신의 관점과 가치를 규칙으로 만들어 지켜나가는 것과 같다.    제 아무리 창의적 시각과 확고한 철학을 가졌다 하더라도 열정이 없으면 소용  없다. 예술의 원동력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열정이다. 열정이 식으면 재능은 힘을 잃고 성취는 멀어진다. “사진에서는 천재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누군가 말했다. 노력과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열정은 시각을 번득이게 하고 철학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열정의 진정한 힘은 지속성에 있다. 시각과 철학 그리고 열정을 시간이란 그릇에 담아낼 때, 사진가는 좋은 작가로 성장하고 위대한 사진이 탄생하는 것이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사진은 세상에 대한 통찰이고 능동적인 자기표현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12-09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10 -
    좋은 사진은 마음을 움직인다   좋은 사진을 일목요연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좋은 사진의 요건을 유형화할 수 있을까? 다분히 사회과학적인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사진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200여건의 응답을 얻어 통계분석을 시도하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결론적으로 좋은 사진의 정의와 유형화는 가능하지 않았다! 사회과학적 방법을 통해 좋은 사진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전혀 무의미한 노력은 아니었다. 좋은 사진은 ‘일반화가 힘든 주관적인 감정의 문제’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충격, 고통, 즐거움, 흥미, 관심, 짜증, 희열, 교감, 따스함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그러한 감정들은 토대로 사진을 평가한다.     먼저 ‘스투디움’ 사진이다. 스투디움이란 ‘열렬하지만 특별히 날카롭지는 않은 일반적인 정신 집중’을 의미하는 용어다. 이는 지식이나 문화에 바탕을 두고 익숙하게 지각하는 정신 영역에 해당된다. 보는 사람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내용과 형식, 이미지 구성요소를 갖춘 사진을 바라볼 때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다. 전통적인 미학을 따르고 구도, 미장센, 시선처리, 색상 등 이미지 구성 문법에도 부합되는 사진이다. 감정 유발의 전제 조건인 이질적인 두 요소가 어우러져 있고, 보는 사람은 사진 속에서 자신과 연관된 부분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이라고 언급되는 사진의 대부분은 이 유형에 속한다.     두 번째 사진 유형은 푼크툼이다. 푼크툼은 작가가 의도하거나 보는 이가 찾아내는 요소로 구성된 사진이 아니다. 보는 이가 사진 속에서 감정의 요소를 찾아내는 스투디움과 달리, 푼크툼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갑자기(또는 은근히) 보는 이를 찌르는 듯한 충격(외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포함된 사진이다. 작가는 자신의 사진 속에 푼크툼적 요소를 넣을 수 없고, 보는 이 역시 사진 속에서 푼크툼적 요소를 노력해서 찾아낼 수 없다. 그것은 미학이나 사진 문법과도 관계가 없다. 개연성 없이 느닷없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창의성과도 연결시킬 수 없다. 푼크툼 감정도 스투디움과 마찬가지로 단일한 사진에서는 발생될 수 없으며, 두 요소가 섞인 이질적인 요소의 사진에서 나타난다. 푼크툼은 보는 이의 마음속 상처, 그리움, 추억 등과 같은 과거 경험과 기억을 되살리는 어떤 요소가 사진 속에 우연히 포함되어 있을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밋밋함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진은 두드러진 특징이 없는 평범한 사진이다. 보기에는 무난하나 바라보는 사람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진부한 사진이다. 마치 그림자가 없는(무영無影) 이미지처럼, 표면에 드러난 모습 말고는 이면에서 어떠한 의미나 느낌을 유추할 수 없는 사진을 말한다. 업소용 사진, 풍경 위주의 달력 사진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단순 장식품으로 활용되며, 대량복제되어 저가 액자사진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소위 유명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동일한 프레임의 사진들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미학적으로 전혀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술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독창성이나 남다름 또는 낯섦 같은 요소를 발견하기 힘들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동기는 ‘삶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인물이나 정물, 풍경 또는 장소 등 그 대상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찍고자 하는 장면은 기본적으로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이다. 그 기억의 대상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진에 스며든 이야기까지 포괄한다. 사람들은 사진 속 장면에서 자신의 모습과 삶의 기억을 더듬어낼 수 있는 사진에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패션 사진작가 마리오 소렌티는 “내 사진이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감성을 자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좋은 사진이란 그런 사진이다. 눈에 보이는 외형만 그럴 듯해서는 좋은 사진이 될 수 없다.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 이면에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보는 이의 마음속에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사진이 좋은 사진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럼,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사진 중 사진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사진은 어떤 것일까? 스투디움 사진일 수밖에 없다. 밋밋한 사진은 언급할 필요도 없고, 푼크툼 사진은 사진가가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원적 요소에 사진가의 목소리와 시각이 담겨질 때, 그 사진은 이야기까지 품은 멋진 작품으로 태어난다.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진은 감정을 울리는 사진이다. 사진에서 느낌만큼 중요한 건 없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11-25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9 -
    초상권 보호는 거리 사진의 기본 에티켓   ‘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로망이 담긴 사진 장르다. 작은 카메라 하나 목에 걸치고 천천히 걸으며 길거리 풍경과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는 건, 인간적인 풍모와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사진 애호가들은 처음에는 자연 풍경이나 꽃 같은 정물로 시작해서, 어느 정도 이력이 붙으면 거리 사진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건 사진이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리 사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은 사람이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갈수록 길거리에서 사람 사진 찍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초상권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SNS는 사람들의 자기 노출과 전시 본능을 부추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허세와 과시까지, 셀피(Self-Potrait)와 여행기록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사진이 넘쳐난다. 과잉노출 현상이 확산되는 것과 동시에, 자기 노출에 대한 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하려는 욕구도 강해지고 있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는 타인에 의한 일방적인 노출에 경계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방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다툼과 법적 분쟁에 대한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공연한 몰래 카메라와 무단 촬영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초상권에 대한 경시와 오해가 빚어낸 현상이다.   초상권은 보편적으로 쓰이는 법적 용어지만, 우리나라 법전 어디에도 초상권을 직접 언급한 경우는 없다. 다만, 판결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초상권을 정의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아울러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와 제17조에 의해 보장되는 법적 권리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초상권 정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권리를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함부로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을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즉, 타인이 자신의 모습을 찍지 못하게 거절할 수 있는 권리다. 둘째, 허락받지 않고 자신의 찍은 모습을 매체나 전시 등을 통해 공표(Publicity)되지 못하게 하는 권리다. 이는 촬영 허용과는 별개의 문제다. 공표를 위해서는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 셋째, 다른 사람이 허락받지 않고 자신이 찍힌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다. 이는 초상에 대한 재산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초상권은 인격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만약, 초상권을 침해했을 경우, 이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간주되어(민법 750조)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공표를 통해 초상 재산권을 침해한 사람은 손해를 배상해야(민법 751조) 한다. 또한, 초상권 침해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다만, 정치인이나 유명인과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초상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은밀한 사생활 침해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초상권은 사생활 침해, 언론 자유, 국민의 알권리 등 다른 이익과 충돌할 수 있는데, 이는 법원이 구체적 사안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이익형량)하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상권은 이미 법원에서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이고, 여러 판례를 통해 위법 판단 및 배상 기준이 어느 정도 정립돼 있다. 다만, 일반인의 무단 촬영과 공표에 대한 위법성 판단과 손해 배상 판례는 찾아보기 힘든데, 그건 소송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서일 것이다. 언제든지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인격권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법원의 판단이 이뤄지고 판례가 형성될 것이다. 따라서 공개된 장소라는 이유로, 상업적 목적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의도가 없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촬영이나 공표에 신중해야 한다. 그것은 작품을 위한 예술 활동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얼마 전 후지필름은 새로운 소형카메라를 출시하면서, 유명 사진가에게 카메라 리뷰를 의뢰한 일이 있었다. 그때 사진가는 인상적인 거리 사진을 얻는다는 목적으로, 지나가는 불특정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무단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전에 촬영 일정을 알리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자 사람들은 분노했고, 해당 사진가와 후지필름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경악할 일이다. 초상권을 몰랐을 리 없는데, 무시하고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폭력을 가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이 종종 목격된다. 과감하게 들이대라는 둥, 일단 찍고 허락은 사후에 받으면 된다는 둥의 말로 초상권 침해를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법 위반을 넘어 윤리를 저버리는 행위인데도 말이다. 사전에 촬영 허락을 구하고, 향후 그 사진을 전시하거나 책으로 펴낼 계획이 있다고 의사를 밝힌 후, 촬영해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로 무단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무례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사진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비수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본인은 뜻하지 않게 위법자라는 굴레를 짊어질 수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10-30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8 -
    부지런한 발걸음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고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발로 사진을 찍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진은 분명 손으로 셔터를 누름으로써 촬영되는 것인데, 손이 아닌 발로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것은 바로 움직임 때문이다. 손보다는 발이 움직임에 가깝다. 여기서 ‘발의 움직임’은 걸음걸이, 즉 걷기다. 사진과 걷기가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이유다. 스튜디오 사진이나 구성 사진이 아닌 이상, 걷기라는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사진 찍기는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생활을 즐겁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잘 걷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걷기는 운동의 일환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느끼는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모든 감각이 살아난다. 발아래 꿈틀대는 촉각, 눈앞 풍경이 자극하는 시각, 장소와 계절의 풍미를 느끼는 후각, 열매와 먹거리를 통한 미각까지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총체적인 감각 경험이다. 걷기는 생각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단순하게 하고 잡다한 생각을 정리해준다. 갑작스레 닥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 고요히 산책을 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건 오롯이 그 문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잡다한 조언이나 충고를 배제하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며 헤쳐나갈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걷기는 일정한 코스와 시간이 정해진 산책인 경우가 많다. 사진 산책은 이보다는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코스와 시간이 좀 더 유연한 정처 없는 걷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번 다른 장소를 걷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곳을 반복해 걷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무슨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일까. 신비로운 일들은 친숙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곳을 걸어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어제까지 낯익었던 장면이 낯설게 보일 때도 있다. 숨어있는 은밀한 장소를 찾게 될 수도 있다. 늘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피사체들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가야할 순간이다. 걸어서 도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장면과 생활의 흔적을 나만의 이미지로 담아내는 것이다.       걷기 사진의 좋은 예는 골목 사진이다. 양팔을 벌리면 양쪽 손끝이 닿을 듯한 좁디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생활의 흔적이 묻어 있는 풍경과 소품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매력적인 촬영 컨셉이다.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고 어르신들의 쉼터이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주고받는 정보 한마당이다. 다만, 아쉬운 건 그러한 골목 풍경을 이제 마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르신도 아이도 주부들도 골목길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여전히 골목길을 걷다 보면 소박하고 인정 넘치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페인트 칠 벗겨진 낡은 철제 대문과 문고리, 방범창틀, 아이들의 낙서, 스치로폼 화분, 잠자리 모양의 TV 안테나, 빨랫줄과 알록달록한 집게 등 디지털 시대에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전경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그런 풍경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이 골목을 찾고 열광하는 것이다. 손에 쏙 들어오는 컴팩트 카메라 하나 들고 천천히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복장과 장비는 단촐한 게 좋다. 큼지막한 카메라 배낭 같은 건 둘러메지 않는 게 좋고, 렌즈도 여러 종류의 교환렌즈는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특별히 야간 촬영을 할 생각이 아니면, 무거운 삼각대는 지참하지 않는 게 좋다. 작은 컴팩트 카메라가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렌즈 또는 실용적인 줌렌즈 하나만 소지하는 게 좋다. 복장도 사진 찍는 티가 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옷을 입는 게 좋다. 무엇보다 신발이 중요하다. 작정하고 나서는 사진 산책에 새 신발은 금물이다. 평소 가장 편하게 신고 다니는 신발을 신도록 하자.     사진이 ‘발로 찍는 것이고, 걷기와 잘 어울린다’ 하더라도, 결국 사진은 정신적 활동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행위다. 걷기는 그런 자기표현 행위를 자극하고 고무시킨다. 걷기는 사진 감각을 고조시키고 카메라에 손이 갈 시점을 알려준다. 일찍이 장 자크 루소는 걷는 동안 일어나는 정신 작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 홀로 걷고 걸었던 그 여행만큼 생각을 많이 한 순간은 없다. 또 그때만큼 내 실체에 대해 많이 깨닫고, 활력이 넘쳤던 적은 없다. 말하자면 그때만큼 내가 나다웠던 적은 없다. 걷기는 내 두뇌를 활성화해 사고력을 고양하는 무언가가 있다. 즉 한 곳에 머물 때는 생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정신이 작동하려면 내 몸 또한 움직이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루소는 걸으면서 생각하고 구성하고 창조하며 영감을 얻었다. 그걸 토대로 글을 쓰고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했다. 이를 사진에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부지런한 걸음걸이가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9-29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7-
    어설픔의 즐거움   어쩔 수 없는 생업이 아닌 이상,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일에는 즐거움이 깃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즐거움이 사라지면 그 일을 계속하기 힘들고 지속할 동기도 찾기 어렵다. 여가활동이나 취미생활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은 욕망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쾌락과 그것을 추구하는 제반 활동이다. 쾌락은 육체적인 것을 포함하지만, 여기서는 일상에서 느끼는 만족과 기쁨을 추구하는 정신적인 측면을 가리킨다. 즐거움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여함으로써 얻어지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아마추어에게 사진은 즐거움이어야 한다. 취미로 하는 사진이야말로 즐거움이 생명이다. 주변에서 사진에 전념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열정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의아한 일이다. 그렇게 열심이던 사진을 힘들어 하고 카메라를 멀리하는지 말이다. 그 사람들은 한때 사진을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하곤 했다.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다. 바로 '즐거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잃는 순간 쾌락도 만족도 의미도 없어진다. 계속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취미 사진에서 즐거움은 기본 토대다. 좋은 사진을 찍는 건 그 다음 문제다. 전업 작가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아마추어에게 사진은 즐거움의 대상이어야 한다.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 그럼 사진에서 추구하는 즐거움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인가? 재밌게 사진 찍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미란 원래 익숙해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중요도의 무겁고 가벼움은 없지만, 다음 네 가지 정도의 즐거움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텍스트의 즐거움이다. 여기서 텍스트는 책이나 문자가 아니라 사진을 말한다. 사진 자체에 매력을 느껴야 한다. 내가 찍은 사진뿐만 아니라 남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바라봄의 쾌락을 만끽할 줄 알아야 한다. 인화지 또는 모니터에 떠오른 사진 이미지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행위의 즐거움이다. 사진은 찍는 이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야 완성되는 촬영의 결과물이다.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를 둘러메고, 좋은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활동이 즐거워야 한다. 실내 촬영도 마찬가지다. 분위기를 세팅하고 미장센, 즉 인물이나 조명, 장식, 가구 등을 배치하는 행위가 즐거워야 한다.   셋째, 소통의 즐거움이다. 사진은 예술이면서 커뮤니케이션 매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독한 예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진을 골라 보여주는 게 즐거워야 한다. 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세상과 담쌓고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상황에 맞게 교류하고 어울리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즐거움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결국 사진은 혼자 하는 작업이고 놀이다. 누구랑 같이해도 좋지만 혼자 하는 게 즐거워야 한다. 홀로 출사지를 정하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재미가 있어야 사진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 이상의 네 가지 즐거움은 단계적으로 습득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가급적 네 가지 모두를 얻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그것이 다른 것에 영향을 미쳐 사진의 즐거움이 사그라질지 모른다.     그런데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 즐거움이라는 감정도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다. 즐거움을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즐거움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설픈 지식을 가진 자의 손아귀에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취미는 언제나 변함없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굉장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간결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요즘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전 국민이 사진가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사진은 보편적인 취미생활이자 문턱이 낮은 예술 활동이다. 사진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도 많고 전시회도 어렵지 않게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진에 입문한지 얼마 안됐는데 ‘작가’ 행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진작가란 일종의 직업이다. 즉,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사진과 관련된 것으로 채우는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본업은 따로 둔 채, 전시회 한두 번 참여했다고 작가네 하는 것은 어색하다. 허세다. 작가가 됐으니 전문가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아마추어의 순수한 열정은 사라지고 배움의 자세는 흐트러진다. 사진 외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좇기도 한다. 그에 비례해 사진의 즐거움은 갈수록 옅어진다.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사진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는 갈수록 약해진다. 결국 다른 즐거움을 찾아나서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사진을 좋은 취미로 오랫동안 할 생각이라면 아마추어의 즐거움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전업 작가로 나설 것이 아니라면, 어설픈 애호가로 남는 게 사진생활을 즐겁게 지속하는 비결이다. 늘 아마추어의 심정으로 배움을 멈추지 않고, 사진의 매력을 탐구하자. 실력이 더디 늘어도, 인생 샷을 자주 찍지 못해도 답답해 할 필요 없다. 아마추어의 축복은 시간과 여유다. 천천히 길게 가자. 즐기면서 말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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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09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여섯번째
    디지털 사진 보정 바로알기   디지털 사진에 관해 많은 오해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가 보정(editing)이다. 우리말 사전에서는 보정을 “모자란 것을 보충하고 잘못을 바로잡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진 보정의 의미를 사전에서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사진 보정은 이미지의 수정이나 편집보다는 복원에 가까운 개념이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광학적 한계 때문에 매번 촬영자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사진은 촬영 후에 보정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디지털 사진 보정과 관련해 회자되는 또다른 오해가 있다. 바로 원본 이미지에 관한 것이다. 촬영 직후 카메라가 LCD 화면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원본이라고 하고, 그 사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사진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원본 사진이란 것도 알고 보면 이미 보정을 거친 사진에 불과하다. 다만 그 보정 작업을 촬영자가 아니라 카메라가 기계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모든 디지털 카메라는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촬영 즉시 렌더링(rendering)을 진행하고, JPEG 파일 형태로 이미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렇게 보정은 카메라가 1차적으로 자동 수행한다.  그럼 보정이란 디지털 사진의 출현에 따라 비로소 생겨난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필름 사진 역시 보정을 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인화된 사진 가운데 보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름 사진의 보정은 암실(dark room)에서 이루어진다. 현상은 일체의 빛을 허용하지 않고, 인화는 빨간색 암등을 켜고 진행한다. 필름 사진도 노출 조절, 특정영역 명도 조절, 화면 자르기 등 디지털 사진에서 이루어지는 보정작업을 대부분 수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회사 제품명이지만, 사진 보정 소프트웨어인 라이트룸(light room)은 디지털 보정의 특성을 보여내는 상징적인 네이밍이다. 즉,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어두운 방(dark room)이 아니라 밝은 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필름 사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과 인화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모두 처리된다는 점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보정의 의미를 곱씹어보자. 보정은 후보정, 후작업, 리터칭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기도 하는데, 그건 소위 ‘뽀샵’이라고 불리는 인위적인 이미지의 변형, 합성 등과 차별화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 있다. ‘뽀샵’과 복원은 다른 개념이다. 복원은 촬영 당시의 상황에 가장 가깝게 사진을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피사체의 밝기, 선명도, 색상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까지 촬영할 때 사진가의 눈에 비친 모습을 촬영자의 기억을 토대로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 보정이다. 여기엔 촬영 당시 현장에서 느꼈던 작가의 ‘심리적 정황’까지도 포함된다. 따라서 현장에 없던 이미지를 끼워 넣거나 색온도를 조작하거나 특정 색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 사진 보정과는 다른 성격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진행되는데, 이를 PIE(Parametric Image Editing)라고 부른다. PIE는 사진의 화질을 직접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사진의 정보값인 파라미터(parameter)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미지 손상은 발생하지 않으며, 단지 사진 파일의 정보값만 수정된다. 따라서 이미지 비파괴 방식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정의 대상이 되는 사진 파일인데, 가급적 RAW 파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RAW 파일은 압축과 렌더링 같은 가공을 거치지 않은 사진 파일로, 이미지 센서가 캡쳐한 빛의 파장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는 원시 파일이다. 아무리 보정을 반복해도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는 사진 파일이다. 물론 일반적인 JPEG 파일로도 보정이 가능하지만, RAW 파일에 비해 파라미터 정보가 적어 보정의 범위, 즉 관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디지털 사진 보정은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만  색상, 선명도, 밝기, 화면 자르기 등과 같은 보정 방법은 촬영자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암실에서 고되게 진행되는 필름 사진 보정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사진 보정 역시 부단한 반복과 미묘한 파리미터 수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 미묘한 수치 변화에 따라 사진은 부자연스럽거나 비현실적 이미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촬영자의 의도이고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면 문제 없겠지만, 단순히 쨍한 사진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비춰지면 천박한 사진으로 평가 절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보정과 조작, 복원과 왜곡은 한끝 차이로 판가름날 수 있다. 따라서 사진 보정 역시 과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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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6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다섯번째
    ‘악마 렌즈’란 없다   디지털 카메라의 심장이 센서(sensor)라면 눈은 렌즈(lense)다. 렌즈는 빛의 도움을 받아 피사체의 이미지와 색상을 기억장치인 센서로 전달한다. 사람의 눈과 비교하면 수정체와 같은 기능을 한다. 렌즈는 멀리 있는 피사체를 더 가깝게 보이게 하거나 시야를 넓히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렌즈는 피사체에 대한 사진가의 태도와 친밀도를 반영한다. 찍고자 하는 주제나 소재의 선택에도 관계한다. 따라서 렌즈의 쓰임새를 기계적 특성에만 초점을 맞춰 이해하는 건 곤란하다. 촬영자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태도, 피사체와의 관계, 촬영대상 및 소재의 특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렌즈의 종류는 초점거리의 차이와 초점거리의 고정 여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초점거리는 렌즈와 이미지 센서 사이의 거리를 말하는데, 짧으면 짧을수록 화각이 넓어지고, 길어질수록 화각은 좁아진다. 여기서 화각이 넓은 렌즈를 광각렌즈, 화각이 좁은 렌즈는 망원렌즈라고 부른다. 화각은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시선의 범위라고 보면 된다. 광각렌즈는 보통 35mm 이하, 망원렌즈는 70mm 이상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를 말한다. 광각과 망원 사이, 대략 40~50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는 표준렌즈라고 부른다. 표준이란 용어를 쓰는 이유는 40~50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가 사람의 눈과 거의 유사한 화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점거리의 고정 여부로 줌렌즈와 단렌즈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초점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렌즈를 줌렌즈라고 부른다. 줌렌즈는  16-35mm, 24-105mm, 70-200mm 등으로 초점거리의 범위가 표시되어 있어, 촬영자가 움직이지 않고도 피사체의 화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반면, 단렌즈는 35mm, 50mm, 80mm 등으로 초점거리 고정돼 있어, 화각을 변경하려면 촬영자가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한다. 줌렌즈는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점 조절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많은 수의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초점 렌즈에 비해 화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마다 사진에 동기와 목적이 다양하고, 찍고자 하는 촬영대상과 피사체도 다르다. 이러한 사진활동의 다양성을 감안해, 촬영 상황에 맞는 렌즈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출사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떤 렌즈를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DSLR 카메라의 경우, 장비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무작정 소유하고 있는 렌즈를 모두 가지고 나갔다가는 무게에 지쳐 촬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찍고자하는 대상을 고려하지 않고, 전문가들이 권하는대로 렌즈를 구입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리미엄 렌즈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잘 쓰지도 않을 렌즈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떤 렌즈를 사용할지 결정할 때에는 피사체와 촬영하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관계와 물리적 거리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촬영행위는 피사체에게 심적 부담과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물사진을 예로 들면, 광각렌즈는 피사체에 매우 가깝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촬영 대상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일상생활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망원렌즈는 피사체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촬영할 수 있지만, 몰래 카메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인물사진이나 일상적인 거리풍경 사진을 찍을 때에는 촬영자의 시각과 유사한 표준렌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표준렌즈를 사용하면 피사체의 일상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 덕분에 사적이면서도 솔직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표준렌즈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적당히 피사체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렌즈의 광학적 특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는 피사체를 격리시키고 앞뒤 공간을 압축시키는 효과를 낸다. 넓게 펼쳐져 있는 풍경 중 원하는 장면만 분리해 담아내는데 유용하다. 배경과 분리된 강렬한 인물사진을 찍는데도 요긴하다. 또한 스포츠 경기나 야생동물 촬영 같이 피사체에 가깝게 다가가기 힘든 상황에서 망원렌즈는 능력을 발휘한다. 다만, 중첩되는 피사체 간의 거리가 압축된 것처럼 찍혀 이미지의 공간이나 깊이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광각렌즈는 메인 피사체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요소들이 프레임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구도와 세부묘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즉, 이미지 속의 많은 공간과 움직임은 최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므로 프레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촬영에 임해야 한다.   “줌렌즈는 악마의 작품”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줌렌즈가 촬영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할 뿐, 사진에 대한 시각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사진작가나 아카데미 강사들이 줌렌즈의 경박함을 강조하며, 단렌즈의 사용을 강하게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반쯤 맞는 말이다. 렌즈는 도구일 뿐이다. 여행을 다니거나 다양한 피사체에 관심을 갖는 촬영자에게 줌렌즈는 매우 효율적인 장비다. 피사체가 달라질 때마다 매번 렌즈를 교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줌이라는 말로 몸의 움직임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일정한 영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악마’라는 식의 자극적인 말로 줌렌즈 사용자를 폄하하는 것은 지나치다. 렌즈는 용도에 맞게 쓰면 그만이다. 줌렌즈를 쓰든 단렌즈를 사용하든 그건 촬영조건을 감안한 사용자의 선택일 뿐이다. 광각, 망원, 표준 렌즈도 마찬가지다. ‘악마 렌즈’라고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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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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