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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2.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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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콩나물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아귀찜


아귀, 버려진 바다의 생선 ‘물텀벙’

 

아귀는 인천 연안에서 사철 내내 어렵지 않게 잡히지만, 살이 오르고 맛이 좋은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이다. 봄 산란 전 살이 올라 탱탱하고 간도 가장 크고 고소하여 이 시기에 잡힌 아귀는 탕이나 찜으로 끓여 먹기에 제격이다.

 

인천 사람들은 아귀를 '물텀벙이'라고 불렀다. 이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 뱃사람들은 아귀의 생김새가 너무 흉측하고 미끄럽다고 하여,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재수가 없다며 곧장 바다로 내던졌다. 그때 물에 떨어지며 '텀벙' 하는 소리가 난다하여 '물텀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비슷한 처지의 물메기 역시 한때 같은 별명으로 불렸지만, 인천에서 '물텀벙이'라 하면 아귀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아구찜은 버려진 존재의 재발견이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며 바다에 내던지던 물고기가, 세월과 음식의 조리법을 거쳐 밥상 위의 진미가 되었다. 

 

신태범 박사의 저서 《먹고사는 재미》에 실린 '물텀벙이 탐색작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60년대가 되면서 시장 구경을 즐기는 버릇으로 하인천에 있던 수협공판장에 다녔는데, 그때 처음으로 <앙꼬>로 불리는 괴상한 생선을 보았다’ 일본말로 앙꼬는 ‘아귀’를 뜻한다. 당시 인천에서는 아귀를 물텀벙이, 물덤벙이, 물뜸뱅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표준어는 '아귀'이지만, 경상도 방언 '아구'에서 비롯된 '아구찜'이라는 요리 이름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지금은 두 표기가 혼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낚싯줄(釣絲)을 뜻하는 이름으로 아귀를 조사어(釣絲魚)라 하였고 흔히 불리는 이름으로는 ‘굶주린 입을 가진 물고기’라는 의미에 아구어(餓口魚)라 적었다. '아귀'라는 이름 자체는 불교 전승에 나오는 '굶주린 귀신' 아귀(餓鬼)에서 유래했다. 목구멍은 좁은데 입만 크다는 게 그 모습과 빼닮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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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가 흉측스러워 잡히면 바로 바다로 던져서 ‘물텀벙’이라는 별명을 갖게된 생선 아귀.

 

가난한 식재료에서 명물이 되다

 

아귀가 맛있는 식재료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 이후부터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인천항 8부두와 인천역 서쪽 경기도 어업조합 공판장 주변에서 지게꾼과 행상, 가난한 대학생들이 드럼통을 넓게 펴 만든 냄비에 고춧가루 양념으로 물텀벙이 탕을 끓여 먹었다. 해장국처럼 뜨겁고 얼큰하게 끓여 낸 이 음식은 동인천역 부근 노동자들의 값싼 안줏거리였다. 

 

영종도 주민들도 피난 시절 부산으로 내려가 배고픔에 아귀를 먹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섬으로 돌아온 뒤에도 아귀 음식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 1970년대 용현동의 한 식당에서 아귀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물텀벙이 음식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용현 사거리 일대가 공식 특색 음식 거리로 지정되었다. 경상남도 창원 마산에 '마산 아구찜 거리'가 있다면, 인천에는 용현동 물텀벙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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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아귀탕

 

흉측한 얼굴 뒤의 진미

 

아귀는 넓적한 몸통에 등은 회갈색, 배는 흰색이며 머리 폭이 유달리 넓고 입이 크다. 몸 전체에서 머리 부분이 절반을 차지하고, 바닥에 가만히 웅크려 사는 물고기라 꼬리 부분 위주로만 근육이 발달해 있어 살이 많은 생선은 아니다. 꼬릿살과 두 점의 볼살, 그리고 간과 위가 이 생선의 핵심 부위다. 살 자체만 놓고 보면 밍밍한 생선이다. 복어와 비슷하지만, 복어에 은은한 단맛이 있다면 아귀는 그마저도 없으며, 살결도 복어처럼 섬세하지 않고 거칠고 투박하다. 

 

아귀 맛의 절정은 간에 있다. 배를 가르면 위장만큼 큼직하게 드러나는 것이 간이다. 탱탱한 듯 하지만 살짝 누르면 크리미한 향이 탁 풀어지며 온몸을 휘감는다. 미식가들은 아귀 간을 '바다의 푸아그라'라 부르며 최고의 진미로 친다. 일본에서는 이를 '안키모‘라 하여 고급 술 안주이자 진미 요리로 대접한다. 간 외에도 쫄깃한 위와 창자 역시 별미로, 아귀 내장 수육을 따로 메뉴로 내는 전문점이 있을 만큼 내장 요리도 별도의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아구찜이 성공한 핵심은 갖은양념과 콩나물, 감칠맛이 만들어낸 삼박자의 시너지에 있다. 아귀의 가장 강력한 매력은 다름 아닌 식감이다. 끓이면 살은 탱탱해지고 뼈는 물렁해지며, 껍질은 쫄깃하게 살아난다.

 

흥미롭게도 서양에서도 아귀는 오랫동안 '가난뱅이들의 바닷가재'로 불렸다. 바닷가재에 버금가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지녔음에도 혐오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귀족들이 외면했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몫이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수산물이 귀해지면서 비로소 식재료로 재조명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서양 고급 요리에도 오르는 식재료가 되었다.


저칼로리 고단백 영종도의 아구찜 

 

아귀는 수분 함량이 높고 지질과 콜레스테롤이 적어 대표적인 저칼로리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꼽힌다. 비타민 A와 E가 풍부하여 노화 방지와 시력 보호, 치아 발육, 야맹증 예방에 효과적이며, 껍질에는 콜라겐이 가득 담겨 있어 피부 건강에도 탁월하다. 맛있게 먹으면서 피부까지 챙길 수 있으니, 겨울철 미식가들이 아귀찜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영종도에는 공항 개항 이후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을왕리와 영종도 사이, 팔미도가 바라보이는 공항종합회타운 일대에 해물찜과 아구찜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탑처럼 가득 쌓은 콩나물에 조개, 낙지와 함께 올려진 아구찜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종도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빨간 양념 속에 콩나물이 가득 채워져 매콤함은 배가되고, 통통하고 야들야들한 살코기와 아삭한 콩나물을 함께 입에 넣는 순간,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양념 맛과 담백하고 부드러운 아귀살의 식감이 어우러져 온몸에 퍼진다. 아구찜을 다 먹어갈 즈음 남은 양념에 밥을 넣고 김과 참기름을 둘러 살짝 볶아내면 양념이 밥에 스며 든든하고 배부른 식사가 된다.  


아구찜은 외면당한 것들의 숨겨진 재료이다. 흉측하다고 던져졌고, 배고픈 시절 드럼통 냄비에 끓여 먹었으며, 못생겼다는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하던 식재료였다. 그러나 쓸모없다 여겨진 그것이 이제는 인천의 겨울과 계절을 대표하는 진미가 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천 앞바다와 팔미도가 보이는 영종도에서 아구찜 한 점을 먹어보길 권한다. 아구찜 한점에 얼마나 깊은 맛을 품고 있었는지 느끼게 되는 재발견의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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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 양념에 볶은밥은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영종도 아구찜 음식점>

- 운서동 ‘팔미도 해물찜’은 해물요리와 아구찜으로 영종의 맛집 계보를 만들고 있는 음식점으로 단골이 많기로 유명하다. 

- 하늘도시에 위치한 ‘은지네정식아구찜’은 푸짐하고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아구찜 전문점이다.  

- 마시란해변 초입에 위치한 ‘이영애 해물찜’은 신선한 해물찜과 해물칼국수와 함께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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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서 올라와 입맛을 사로잡은 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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