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7(금)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 “소금을 좋아하세요”

- 프랑소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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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4.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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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씨사이드파크 염전체험장. 


영종도의 광활한 대지 위를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춰선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씨사이드파크 한편에 박제된 ‘금홍염전’의 흔적이 그것이다. 이제 더 이상 뜨거운 태양 아래 대파를 밀며 소금을 긁어모으는 염부의 고된 숨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텅 빈 목조 소금창고는 바다 내음 섞인 바람의 통로가 되었고, 바닥의 타일들은 오랜 시간 바닷물을 머금었던 기억만을 하얀 소금기로 남겨두었다. 쓸쓸해 보일 수도 있는 이 폐염전의 풍경 앞에서 나는 문득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을 떠올린다.


소설 속 청년 시몽이 중년의 여인 폴에게 던진 질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단순한 음악적 기호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미건조한 일상과 권태로운 관계 속에 자신을 방치해 두었던 폴에게 던진, “당신 자신을 돌볼 여유가 있나요?”라는 다정한 흔듦이었다. 이 문장에 영종도의 풍경을 대입해 본다.


 “소금을 좋아하세요.” 이것은 질문이라기보다, 우리 내면에 여전히 남아 있을 생의 짠맛을 확인해보라는 나지막한 권유에 가깝다.

 

기억의 공간인 폐염전을 지나 조금 더 발길을 옮기면 소금을 직접 채집해 볼 수 있는 체험 염전이 나타난다. 정지된 풍경이었던 씨사이드파크와 달리, 이곳은 감각이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다. 직접 염전에 들어가 바닷물을 휘저으며 하얀 알갱이들이 맺히는 것을 지켜보는 행위는 사강이 말한 ‘자기 자신을 향한 집중’과 묘하게 닮아 있다. 


소금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닷물이 뜨거운 햇볕과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제 몸을 완전히 증발시키고 남긴 처절한 ‘자아의 결정체’다. 타인의 입맛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의 간은 맞추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손바닥 위에 올려진 소금 결정은 묻는다. 당신이라는 존재의 순수한 정수는 어떤 맛을 내고 있느냐고.


영종도는 누군가에게는 떠남의 설렘이, 누군가에게는 돌아옴의 안도가 교차하는 경계의 땅이다. 그 길목에서 만나는 염전의 풍경은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소금은 부패를 막고 맛을 낸다. 우리가 ‘소금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 즉 내 안의 열정과 자기애를 다시금 긍정하게 되는 순간, 무미건조했던 우리의 일상에도 비로소 생동감 넘치는 간이 맞기 시작할 것이다.


오늘 영종도의 맑은 바람을 빌려 당신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굳어버린 일상의 타일 위에 당신만의 하얀 결정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소금을 좋아하세요.” 이 짧은 문장이 당신의 가슴 속에 깃들어, 잊고 있던 생의 감각을 깨우는 따뜻한 연대의 손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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