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와 토사 굴러내리고 나무는 전도 위험
- 중구, ‘토지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책 세워야’
- 캠코, ‘계단 철거하면 안전조치·재임대는 불허할 것’ 어깃장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해안 절경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예단포둘레길 진입로가 낙석과 붕괴 위험에 노출되면서 이용객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해당 토지의 관리 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진입로 계단을 설치한 중구가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현장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단포둘레길은 영종 주민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들도 찾는 대표 관광 코스로, 이용객 증가에 따라 중구는 2021년 예단포구에서 둘레길로 바로 연결되는 계단을 설치했다. 해당 부지는 국유지로, 중구는 캠코와 대부계약을 체결해 계단 시설을 조성했다.
문제는 이 일대 지반이 약하고 경사가 급해 낙석과 토사 유출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10~20m 높이의 급경사 사면에서 돌과 흙이 계속 쓸려 내려오고, 나무까지 기울어 전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는 이미 전도를 우려해 잘려진 나무가 많았다. 특히 아래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어 사고 시 인명 피해 우려도 높다.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중구는 캠코 인천지역본부에 안전조치를 요청했다. 구는 계단을 설치할 때 토지를 굴착하지 않고 지형 그대로 계단을 설치했기 때문에 토지를 관리하는 캠코가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러나 캠코는 지난해 말 안전조치 대신 진입 계단에 ‘이용금지’ 현수막을 설치했다.
이후 대응 과정에서 양측 입장 차는 더 커졌다. 캠코는 ‘중구가 계단을 철거하면 해당 토지에 대한 안전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나 중구는 ‘현재 위험지역은 계단을 존치한 상태에서 안전조치가 가능하다’며, ‘철거하게 되면 또 설치를 해야해 예산낭비’라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안전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대부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공 이용을 원한다면 중구가 토지를 매입해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구는 둘레길 접근성 유지가 예단포 관광 활성화와 직결되는 만큼 계단 철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캠코가 대부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방침까지 통보하면서 문제 해결은 더욱 꼬이고 있다.
결국 ‘철거하면 조치’라는 캠코와 ‘둘레길 진입계단 유지”는 중구가 맞서며 위험 요소만 남아 있는 전형적인 ‘핑퐁 행정’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에서 핵심은 캠코의 국유지 관리 책임이다. 해당 토지의 관리 주체로서 안전 위험이 발생했다면 최소한의 사면 보강이나 낙석 방지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현재는 현수막 게시 외 실질적 대응이 없는 상태다. 그러면서 진입계단을 철거해야 안전조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이후로는 토지를 대부하지 않을 계획이니 필요하면 매입을 하라고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송건하 예단포 운북어촌계장은 "예단포항 식당이 활성화 되는 데에는 둘레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둘레길 진입로 주변은 언제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신속하게 안전조치를 하고, 예단포를 찾는 관광객이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경사 해안 지형의 경우 낙석 방지망, 사면 고정, 배수 정비 등 선제적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다중 이용시설과 인접한 구간이라면 더욱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캠코가 '시설 철거해야 안전조치', ‘대부계약 종료’, ‘토지 매입 활용’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공공기관 역할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유재산 관리기관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이용을 차단하거나 책임을 지자체로 넘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낙석과 사면붕괴, 수목 전도는 예고 없이 발생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즉각적인 안전조치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두 기관이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