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가 된다는 것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면 우리는 종종 말한다. ‘파김치가 됐다’고. 뻣뻣하게 서 있던 신선한 파가 김치로 담가지면서 푹 절여져 축 늘어지듯, 몸의 기운이 다해 사지가 흐느적거리는 상태를 익살스럽고 생생하게 표현한 말이다. 파김치가 되도록 일했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산다는 의미가 아닐까.
조선 문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각연여총저(脚軟如蔥菹)라고 나와 있다. 총(蔥)은 파, 저(菹)는 김치로, ‘파김치처럼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집』에도 파로 김치를 담가 먹었다는 기록이 등장하며, 직접 심어 먹던 채소였다.
파김치의 파는 대파가 아니라 쪽파다. 쪽파는 대파보다 가늘고 양파과에 속하며, 뿌리 쪽이 동글고 통통하다. 맛도 양파처럼 단맛이 강하고 순하다.
섬 쪽파, 봄이 제철
영종도에 봄비가 내리고 벚꽃이 필 때쯤 텃밭을 보면, 감자싹도 피지 않은 땅에서 쪽파만 혼자 음식 재료로 쓰일 만큼 자라 있다. 10월에 심어 이듬해 3, 4월에 수확하는 봄 쪽파가 가장 맛이 좋다.
쪽파는 저온성 작물로, 서늘한 기후와 배수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재배 기간이 짧아 연중 여러 번 수확할 수 있지만, 봄철 쪽파는 그 중에서도 단맛이 가장 진하다.
섬에서 자란 쪽파는 더욱 그렇다. 영종도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해무가 짙게 낀다. 흙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적당한 염기를 품고 있다. 그 땅에서 갯바람을 맞고 자란 쪽파는 일반 쪽파보다 향이 진하고 풍미가 깊다. 섬의 기후가 만들어낸 차이다. 다른 채소가 나기 전, 텃밭에서 가장 먼저 올라오는 이 쪽파는 섬 주민들에게 봄의 식재료이자 귀한 채소다. 공항이 들어서고 섬의 풍경은 바뀌었지만, 봄마다 밭을 일구는 손길은 여전히 남아 쪽파를 키운다.
파의 영양, 작지만 단단한 건강
쪽파는 유황 성분과 알리신(Allicin)을 함유하고 있어 향이 독특하고 강하다. 흰 뿌리 부분은 단맛이 강하고 국물이나 볶음 요리에 깊은 풍미를 더하며, 초록 잎 부분은 부드럽고 신선해 생으로 먹을 때 특히 맛이 좋다. 비타민 C와 A, 칼슘, 식이섬유가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봄철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항염·항산화 성분은 염증을 줄이고 세포 손상을 예방하며,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기억력과 집중력을 돕는다. 소박한 텃밭에 식재료가 약이 되는 이유이다.
영종도의 파김치와 파전
파김치는 젓갈의 감칠맛, 고춧가루의 매콤함, 쪽파 고유의 달고 짭조름한 맛이 봄날 밥상 반찬으로 입맛을 살리는 김치다. 따뜻한 밥 위에 올려 한 입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상큼함과 매콤함이 침을 고이게 한다. 고기와 싸 먹거나, 라면과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 주어 먹을 수록 입맛을 땡기게 한다.
파전은 봄비 내리는 날이 제격이다. 빗소리에 몸이 처질 때, 달군 팬에서 퍼지는 고소한 기름 냄새는 유난히 식욕을 자극한다. 부침가루에 돼지고기를 조금 넣어 반죽을 준비하고, 식용유를 두른 팬에 쪽파 한 줌을 먼저 올린 뒤 반죽을 덮고 계란을 풀어 올리면 노릇하게 구워진다.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파전은 다른 전과 달리 쪽파의 아삭한 식감과 고소함이 살아 있고, 기름지지 않아 질리지 않는다.
텃밭에서 쪽파가 파릇파릇 올라오는 계절, 밥상에는 파김치가 반찬으로 올라 오고 봄비 소리처럼 파전이 익어간다. 향긋한 파 향으로 입에서부터 봄을 맞이해보자.
<영종도 쪽파 맛집>
파김치가 반찬으로 나와 두부와 싸먹으면 맛있는 돌팍재에 있는 ‘이륙상회’ 032-746-1496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파김치 하늘도시에 있는 ‘고기가 땡겨’ 032-747-3366
비올 때 생각나는 해물파전이 맛있는 운서동 ‘넙디빈대떡’ 0507-1489-2255
해물파전과 다양한 전이 있는 하늘도시 ‘차콜전앤포차’ 032-746-52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