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쉬게 하는 하루, “우리가 앞장섭니다”
- '차량 5부제 캠페인' 벌이는 스카이자이 아파트 어르신들
스카이자이 아파트 정문 앞 대로변이 갑자기 어르신들 발길로 분주하다. 지난 4월 14일, 같은 색의 조끼와 모자를 맞춰 입은 스카이자이 경로당 어르신 20여 명이 ‘자원안보위기 극복을 위한 승용차 5부제 동참’ 안내문을 시민들에게 건네며 차량 5부제 참여를 독려했다. 최근 유가 상승에 대응해 관공서에서 시작된 정책적 캠페인의 흐름이 지역사회로 이어진 자리다.
이날 캠페인은 지역의 어르신들이 직접 나선 ‘생활 속 실천 운동’이라는 것에 의미가 더했다. 경로당 회원들은 단지 입구와 도로변 곳곳에서 주민들에게 안내문을 나눠주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강재섭 경로당 회장은 “젊은 세대에게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르신들이라고 해서 환경 문제와 무관한 건 아니잖아요.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혼자 하면 작은 움직임에 그칠 수 있지만 함께하면 큰 흐름이 되어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옆에서 안내문을 정리하던 이순자 총무는 “처음에는 ‘이 나이에 이런 걸 해야 하나’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오히려 더 보람을 느끼세요. 지나가는 분들이 ‘고생하신다’고 한마디 해주면 그게 그렇게 힘이 나네요”라고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더 했다.
실제로 참여하신 어르신들도 집에만 머물면 기운이 떨어지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함께 하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활력을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 건강에도, 마음에도 좋은 일석이조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캠페인 현장을 지나던 한 주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어르신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며 “어르신들이 앞장서 주니 그냥 지나칠 수 없고 내일은 차를 두고 걸어가겠네요” 라는 다짐을 남겼다. 그 말에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짧은 한마디 속에 세대 간의 공감과 존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젊었을 때는 바쁘게 살아 이런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게 된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어르신은 함께 모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공동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나눠준 안내문에는 차량 운행을 줄이자는 메시지뿐 아니라 유연근무제 활용, 카풀 활성화, 대중교통 이용, 가까운 거리는 걷기나 자전거 이용 등 다양한 실천 방법이 담겨 있었다. 이는 규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캠페인의 분위기는 엄숙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건네는 다정한 권유에 가까웠다. 어르신들은 지나가는 주민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고, 때로는 짧은 대화가 이어졌다. 모범적 경로당이라 자부하는 강재섭 경로회장은 오늘의 작은 실천이 내일 더 큰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뿌듯함을 표현했다.
이날, 봉사하는 노란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의 모습은 삶의 지혜를 전하는 조용한 리더처럼 보였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그들이 보여준 느리지만 단단한 실천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봄날의 햇살 아래, 스카이자이 아파트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