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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3.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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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부터 초봄까지가 제철인 간재미

 

간재미는 겨울에서 이른 봄, 12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가 맛의 정점이다. 인천·충남 쪽에서는 봄 제철 생선이다. 간재미는 서해 바다에서 1년 내내 잡히고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어종이지만, 산란기인 여름이 되면 뼈가 단단해지고 육질이 질겨지기 때문에 2월부터 6월까지의 봄철이 제철로 알려져 있다. 날씨가 추울수록 살이 단단해지고 물렁뼈가 연해져 회로 즐기기에 가장 좋으며, 4월에서 6월 사이 산란기를 앞두고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지만 뼈가 조금 억세질 수 있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간재미가 살도 오르고 뼈도 아직 연해 먹기에 가장 좋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가오리와 간재미와 홍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크면 홍어, 작으면 간재미나 가오리로 불리기도 한다. 식당 메뉴를 자세히 보면 '간재미무침'이라고 써 붙인 것을 볼 수 있다. 가오리는 찜, 간재미는 무침, 홍어는 회로 많이 먹는다.

 

조선시대 문헌 『난호어목지』는 가오리를 '해요어(海?魚)'라 기록했다. 둥근 소반이나 넓은 연잎 같은 생김새를 지녔다는 뜻이다. 꼬리에 독이 있는 단단한 가시가 있어 찔리면 위험하다는 경고도 함께 적어 두었다. 간재미라는 이름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의 '간잠어'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천 연안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물고기를 '간자미', '간재미', '간제미'라 불렀다. 대청도나 백령도 어민들은 물속에서 팔랑팔랑 다닌다 하여 '팔랭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름이 여럿이라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밥상에 자주 올랐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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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덕하게 건조한 간재미로 야채와 함께 찜으로 먹는다.

 

주둥이 모양으로 가른다

 

홍어와 간재미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학명이 홍어목 색가오리과 노랑가오리인 간재미는 홍어의 사촌뻘쯤 된다.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주둥이를 보면 안다. 참홍어는 몸통이 마름모꼴이며 주둥이가 뾰족하고 '물코'가 있다. 간재미는 30~40센티미터 남짓한 비교적 작은 크기에 주둥이가 둥그스름하다. 몸에는 갈색 반점이 흩어져 있고, 가슴지느러미 아래에 옅은 반점 한 쌍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 같은 것이 느껴진다. 꼬리에는 독침이 있다. 서식지도 다르다. 

 

참홍어는 주로 대청도 등 먼 바다에서 잡힌다. 간재미는 강화 근해, 자월도, 덕적도, 그리고 영종도 앞바다까지 인천만 전역에서 낭장망, 안강망, 자망을 통해 사시사철 꾸준히 올라온다. 흑산도 홍어가 귀한 까닭은 멀리서 오기 때문이다. 간재미가 친근한 까닭은 언제나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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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다른 홍오, 가오리, 간재미.

 

요리법마다 달라지는 간재미 

 

인천의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홍어보다는 간재미"라는 말이 있다. 값이 덜 나가는 대신 맛이나 식감에서 홍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간재미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센 바다에서 자라 살이 무르지 않고 탱탱하다. 뼈가 연해서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달아 날것으로 먹어도 비리지 않다. 특히 날개 살을 최고로 치는데, 회를 먹어본 이들은 그 결 사이에서 배어 나오는 달큰한 감칠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무침은 막걸리와 궁합이 맞는다. 막걸리 식초를 써서 비린내를 잡고 미나리와 오이, 배를 썰어 넣어 매콤 새콤하게 버무려낸 간재미무침은 인천 잔치집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껍질을 벗긴 간재미를 막걸리에 헹구어 물기를 꽉 짜내면 육질이 더욱 꼬들꼬들해진다. 영종도에서는 행사나 잔칫상에 간재미무침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한 접시 앞에 두고 탁주 한 사발 기울이면 별다른 말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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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맛이 일품인 간재미찜.

 

찜은 손님상에 낼 만하다. 꾸덕꾸덕하게 반건조한 간재미 위에 간장과 고춧가루, 파, 마늘로 양념장을 얹어 쪄내면 결대로 찢어지는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담백하고 부드러워 아이들도 좋아한다.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뿌려 꾸들꾸들하게 말린 건작(乾作)은 쪄 먹으면 홍어처럼 특유의 삭힌 맛이 은근하게 살아나 별미로 꼽힌다. 씹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음식이다.

 

탕은 덕적도나 영종 인근 섬 마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음식으로, 묵은지와 함께 끓이거나 미나리와 쑥갓을 넉넉히 넣어 맑은 지리탕으로 끓인다. 간재미 특유의 시원한 국물 맛에 씹히는 간(애)의 고소함이 더해져 국물이 그 맛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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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상 또는 상가 조문객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간재미 무침.

 

제 자리에서 제 맛을 낸다

 

제철 간재미무침 한 접시에 막걸리 한잔이면 잔치날이다. 삭힌 홍어의 강렬한 향보다 싱싱한 간재미의 달큰한 맛이 봄날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메뉴판에 '간재미무침'이라 쓰인 글자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맛보아야 한다. 영종도의 봄은 그렇게 혀끝에서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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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혜정의 영종도 맛기행 > 간재미, 인천 잔치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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