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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4.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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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동 돌팍재 영종성당 앞 냉삼불고기 식당에 노쇼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노부부가 힘겹게 운영하는 식당에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당하게 되어 가족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 영종성당 앞 냉삼불고기 어처구니 없는 노쇼사기에 가족들 허탈

- 중구청 공무원 사칭, ‘공공 자전거 대량 구매’ 미수 사건도 발생


“저녁 6시면 가게가 북적일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그 생각만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저녁, 중산동 돌팍재 영종성당 앞 냉삼불고기 식당에는 끝내 오지 않은 손님을 기다리다 허탈함만 남았다. 외진 곳에서 어렵게 가게를 꾸려가는 이들에게  모처럼 예약한 단체는 손님이 아니라 치밀하게 짜인 ‘노쇼 사기’의 덫이었다.

 

이 식당은 개업한 지 2년 남짓 된 작은 가게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아들 명의로 문을 열었지만, 실제 운영은 부모가 맡고 아들이 틈날 때마다 거드는 방식으로 이어오고 있다. 위치상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어서 손님은 드문드문 찾아왔고, 그래서 가끔 들어오는 단체 예약은 반갑고 소중했다.

 

문제의 전화는 지난달 23일 걸려 왔다. 일주일 뒤인 30일 저녁 6시, 15명이 회식하러 가겠다는 예약이었다. 식당 입장에서는 모처럼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예약이었다. 부모는 오랜만의 단체 손님 소식에 기대를 걸었고, 아들도 어려운 장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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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대파 삽겹불고기와 생삼겹, 김치찌개 등을 파는 한적한 식당에 단체 예약 전화는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예약 당일 오전, 예약자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회사 회식겸 중요한 거래처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라 특별한 술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법인카드 한도가 많이 남아서 한꺼번에 결제하려고 한다며, 그들이 주문한 술은 업체 거래가만 무려 350만 원이나 한다는 고가의 중국 명주 ‘마오타이 35년산’이었다.

 

가게에서는 당연히 그런 술을 취급하지 않았고 구할 수도 없었다. 사정을 얘기하자 상대는 곧바로 자주 거래하는 곳이 있다며 특정 주류업체 연락처를 알려줬다는 것.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외부에 나가 일을 하던 아들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

 

아들 A씨는 곧바로 예약자와 통화해 이야기를 듣고 미덥지는 않았지만 주류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손님들이 오시면 바로 이체를 할 테니 먼저 술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 쪽 반응은 오히려 의심을 풀게 만들었다. “이런 사기가 많아 우려하시는 건 잘 안다. 이 술은 워낙 고급이라 우리도 현금으로 가져와야 해서 그렇게는 어렵다. 예약한 손님들에게 구할 수 없다고 잘 얘기하고 우리와 자주 거래하시는 분들이니까 신경써서 잘 해주셔라”하는 응답이 돌아왔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친절한 대응이었다. 아들은 반신반의했지만, 오히려 그런 설명을 듣고 ‘설마 사기겠느냐’ 하는 생각을 접었다. 장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처럼 단체 손님을 맞게 돼 기뻐할 부모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 기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아들 A씨는 결국 그는 다시 연락해 송금을 했다.

 

그날 오후 3시와 4시 무렵까지도 그는 예약 손님과 주류업체 두 곳과 통화를 이어갔다. 그 시간 동안 아들의 머릿속에는 저녁이면 손님으로 가득 찬 가게 풍경이 그려졌다. 바빠도 미소가 끊이지 않을 부모님의 얼굴, 오랜만에 활기를 찾을 식당의 저녁. 그 모든 상상이 오히려 사기라는 의심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저녁 6시, 약속한 시간에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아들은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불과 조금 전까지도 통화가 됐던 예약자와 주류업체는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들 A씨는 “어머니 아버지께서 힘들게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단체 손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리하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더 큰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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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삼불고기에 샵인샵으로 운영중인 배달전용 '바른보쌈 영종하늘도시'점. 배달앱을 통해 바른보쌈을 주문할 수 있다.

 

노쇼 사기는 단순한 예약 취소가 아니다. 처음부터 대량 예약이나 공공기관·기업 회식 등을 미끼로 접근한 뒤, 고가의 술이나 물품 대리 구매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조직적 범죄다. 특히 범인들은 피해자가 의심을 풀도록 공범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움직인다. 예약자와 납품업체, 때로는 공문과 명함까지 등장시키며 피해자를 시나리오 속으로 끌어들인다.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영종 지역에서도 이러한 사기 사례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중구 공무원을 사칭해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공공자전거 200대를 도입하려 한다’며 자전거 판매점에 대량 구매를 유도한 사기 미수 사례와 공항기관을 사칭해 단체예약 후 나타나지 않은 사례가 있었고, 지난해에는 을왕리 일대 여러 식당을 상대로 군부대 공문을 위조한 단체 주문 사기 시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A씨 어머니는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지요...그나 저나 단체 손님 온다고 생고기를 잔뜩 사놨는데 그게 너무 아깝네요”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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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나 기관을 사칭한 노쇼사기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경찰청은 '노쇼사기'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중부경찰서 공항지구대 서동수 대장은 “노쇼 사기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단체 예약, 대량 주문 등으로 현혹하고, 공범들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범행에 빠져들게 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선입금을 요구하는 비대면 거래는 모든 것이 가짜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이러한 사례를 접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입지 말라”고 당부했다.

 

모처럼 단체 손님을 기다리다 텅 빈 가게만 바라봐야 했던 영종의 작은 식당 사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장사가 안되는 것도 서러운데, 그 절박함을 먹잇감 삼는 사기까지 버젓이 활개치고 있다. 이런 범죄야말로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이 다시는 같은 덫에 걸리지 않도록 지역사회 전체의 경계와 공유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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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단체 손님 예약 기뻐했더니...” 영종의 한 식당 울린 ‘노쇼 사기’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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