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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영종도

해가 뜨고 해가 지다 - 거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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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1.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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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 객원기자 배남호 (제이앤비파트너스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용유도 최남단에 위치한 거잠포구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이를 위해 일부러 복잡한 연말연초를 피해 시간을 잡았고 일기예보도 사전에 점검을 해놓은 터였다. 동이 트기 한참 전인 신 새벽에 거잠포구 끝자락에 주차를 한 뒤, 검은 빛 바다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차안에 앉아 있었다. 붉은 해가 떠오르며 하늘과 바다를 물들일 한 폭의 장엄한 풍경화를 상상하니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혹여 그 감동의 순간을 포착할 수 없게 될까봐 손에 쥔 스마트폰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일출시간이 다가올수록 짙은 구름이 동편하늘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일출을 보며 그 감격의 순간을 렌즈에 담고자 했던 필자의 소망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YTN의 ‘구석구석코리아’ 촬영팀도 필자와 같은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으나 역시 허망하게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거잠포 일몰.PNG

 

거잠포구는 용유도 남쪽 작은 어촌마을인 거잠포의 최남단에 있는 포구이다. 영종도 남측방조제 서쪽 끝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거잠포구에 닿을 수 있다. 지금은 10여척의 어선과 낚시 배만이 이 포구의 명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전에는 용유8경의 하나로 고기잡이철이 되면 배에서 밝히는 등불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하여 잠진어화(蠶津漁火)라 불렸다 한다.
거잠포구는 남쪽방향으로 빼곰이 머리를 내밀고 있어 서해에 위치에 있으면서도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독특한 일출 풍광으로 인해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 포인트가 됐으며 연말연초가 되면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으로 유명하다.

 

거잠포 해변.jpg


상어 지느러미를 닮아 ‘샤크섬’으로도 불리는 매랑도와 바다에 한가로이 떠있는 어선들과 어우러진 일출 풍경은 동해바다 일출과는 사뭇 달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망망대해 수평선만 있는 동해의 일출이 장엄함이라면 거잠포구의 일출은 편안함을 선사하는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다.
거잠포구의 일몰 풍경도 뻬어나기로 유명하다. 무의도와 잠진도 등 주변 섬들 사이로 떨어지는 붉은 햇살은 언제 보아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거잠포 해송과 백사장.jpg

 

거잠포(巨蠶浦)는 오성산 남서쪽 나지막한 동산 주위에 있는 마을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마치 커다란 누에가 구부리고 잠을 자는 모습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전에는 70여 가구가 고기잡이와 밭농사에 종사하며 누에 옆구리에 작은 집을 짓고 살았다 한다. 경차 하나가 지나갈 너비의 오솔길을 따라 남성고개를 넘어 마시란 마을을 오갔다고 한다. 이 좁은 오솔길을 따라 아직도 낡고 작은 가옥들이 여기저기 남아있고, 바지락과 굴을 캐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오솔길 옆으로 새롭게 4차선도로(용유로)가 남북으로 뻗어있고 서쪽 해안가 도로도 4차선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거잠포 옛길.jpg

 

덕교삼거리 부근에는 중소형 호텔과 펜션,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고 해안가 언덕에는 단장을 마친 카페들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 푸른 해송과 하얀 백사장, 썰물 때 드러내는 광활한 갯벌, 일몰 때 펼쳐지는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먹거리 또한 풍부하다. 경향 각지에서 찾는 ‘해물칼국수’로 유명한 여러 칼국수 전문 식당들과 한정식 전문점과 각종횟집, 물회집, 붕어찜 식당 등등....

 

거잠포구.jpg

 

거잠포는 지금 한창 변신중이다. 물론 좋은 방향일 것이다. 그러나 변신과정에서 진통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과거 주민들끼리 공유하던 오솔길도 지가가 상승하자 이제는 사유지라며 이웃의 통행을 막아 버렸다. 덕교삼거리와 잔나루 입구까지 새롭게 건설될 도로 설계를 두고 자신들에게 유불리를 따져가며 핏대를 올린다. 잠진포구에 건설된 공항회센터 명도문제를 두고도 공항공사와 운영자들 사이에 법적분쟁도 벌이고 있다. 대문을 잠그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평화로웠던 거잠포가 경제적 이익 앞에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고 한다. 거잠포가 자연의 선물을 듬뿍 받은 것만큼 그들도 우리들도 서로서로 이웃에게 넉넉한 웃음과 아량을 베풀며 살았으면 하는 소박하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소망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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