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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영종도

수문개와 음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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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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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 객원기자 배남호 (제이앤파트너스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용엄사 대웅전.jpg
용엄사대웅전
 
수문개마을.jpg
수문개마을
 

거잠포에서 해안을 끼고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마시안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 ‘수문개 소초’라는 표지판과 ‘용엄사’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해안도로를 사이에 두고 우측을 수문개(술무개, 순묵개), 좌측을 음나루라 부른다.

수문개 마을은 오성산의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오성산이 북측을 비롯한 삼면을 둘러싸고 있고 남쪽으로 마시안 해안을 접하고 있는 아늑한 마을이다. 오성산 자락에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전면에는 약간의 전답이 펼쳐져 있다. 그야말로 배산임수에 걸 맞는 입지조건을 갖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 뒷산에서 바라보면 무의도와 실미도가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수문개라는 명칭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옆 마을인 마시안(馬嘶鞍)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명칭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옛날 마시안 마을에 살던 유 서방이 날개를 단 장사를 낳았으나 장사가 태어나면 나라가 망한다는 소문이 있어 나라에서 이 아이를 죽였다고 한다. 이때 순지(蓴池)라는 연못에서 용마(龍馬)가 나와 울다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이 순지(蓴池)가 있던 자리가 마을 앞 전답 어디쯤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순(蓴)이란 연꽃과 비슷한 수련과 여러해살이 수초로 연못에 주로 자생하는 식물이다. 순지(蓴池)란 순채꽃이 있는 연못이란 뜻으로 연못 주변 마을을 ‘순못개’로 불렸다가 ‘순묵개’로 다시 ‘수문개’로 불린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음나루는 수문개 마을 앞쪽에 바다를 향해 자루모양으로 뛰어나온 곳을 말한다. 어떤 이는 남자의 음경(陰莖)과 같다 하여 음나루라 하였다 하고, 어떤 이는 소리(音)가 나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음나루 중앙에 용엄사가 들어서고 용엄사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와 목탁소리가 우연이 아니라고들 한다는 말도 전해진다. 지금은 육지이지만 옛적에는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다가 용유도와 음나루 사이가 솟아나 용유도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거대한 태풍이나 자연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매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음나루에서 본 주름섬.jpg
음나루에서 본 주름섬
 
해변가 기암괴석.jpg
해변가 기암괴석

 

음나루에 솟아있는 동산을 음진산(音津山)이라 부르는데 보기와는 달리 오르기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음진산 중앙 계곡에는 작고 소박한 용엄사와 산장민박집이 자리하고 있다. 음진산이 이들을 품고 있어 겨울 삭풍과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형세이다.
해안가에는 2개의 군 경계초소가 자리하고 있고 초병들이 오가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시안 해변과 무의도, 실미도는 물론 저 멀리 대초지도와 덕적도까지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용유해변과 선녀바위 해변, 노적봉과 왕산까지도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밑을 바라보면 30~40미터에 이르는 절벽으로 다리가 저려오며 정신 또한 아찔하다.
밀물 때여서 해안가 기암괴석들이 자신의 대부분을 물에 담근 채 머리만을 내밀고 있었다. 음나루 해안 끝에 다다르니 손이 닿을 듯한 곳에 조름섬이 나타났다. 태양이 조름섬을 안고 일몰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닷물에 비추인 일몰 직전의 햇살이 마치 조름섬과 음나루간에 은빛 눈부신 다리를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일몰 또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들었다. 초병들만이 아는 길이어서인지 인적은 찾을 수 없었고 파도소리와 기러기 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음진산 절벽 위에 앉아 한동안 조름섬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창조의 신비로움을 음미하다 해가 저물기 전에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다음에는 썰물 때를 골라 해변을 따라 음나루를 둘러보고 조름섬에도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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