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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마지막회 -

사진의 이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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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1.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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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온 국민이 사진가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눈높이에서 사진을 설명한 ‘이호준 사진가의 사진이야기’ 지난해 6월부터 연재했습니다. 사진을 보는 시야을 넓혀준 사진이야기 연재는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마감합니다. ‘이호준의 사진이야기’는 당사 홈페이지(www.iaynews.com)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연재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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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이유에 대하여
 
사진 관련 토론에 참여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사진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토론 참여자들의 의견과 주장은 어긋나고 적정한 타협이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진에 관한 논의는 듣는 자보다는 말하는 자가 우위에 서고, 감정 실린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사진에 관한 단일한 생각, 즉 합의된 담론을 형성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람마다 사진을 하는 목적과 사진을 바라보고 규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상대방의 사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소모적인 논쟁이 줄어들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사진 활동’이란 ‘사진 찍기’뿐만 아니라 사진 관람, 동호회 활동, 카메라 다루기 등 사진과 관련된 제반 활동을 포괄한다. 사진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추구하지만, 사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사진 활동의 동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가와 사진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사진 활동의 목적과 동기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라는 통계방법을 이용해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사진 활동에 대한 동기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여섯 가지로 사진 활동의 동기를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사진에 대한 생각과 시각이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활동 동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경험의 공유’로, 사람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가까운 사람에게 알리거나 공유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사진 활동이다. “특별한 경험을 기억에 남기고 주변에 알리기 위해서”, “페북 등 SNS에 기록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위해서”, “내가 본 것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간 곳, 내 모습, 내 기분, 추억 등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서”,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등이 이에 해당되는 응답자들의 진술이다. 대체로 사진을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두 번째 동기는 ‘예술적 재능 발휘’로 자신의 끼를 발산하거나 예술적 행위의 일환으로 사진 활동을 추구하는 것이다. “작가나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느껴져서”, “내가 지니고 있는 예술적 감각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서”, “남들이 나의 사진 재능을 인정해줘서” 등으로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진을 자신의 재능이나 예술적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는 활동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일상의 기록’으로 모사나 재현성이 뛰어난 사진의 특성을 일상생활에 활용해 기록의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기 쓰듯 사진으로 일상을 담아내기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 “가족의 일상적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사진을 거울삼아 나를 바라보고 반추하기 위해서”, “여행이나 인생의 동반자처럼 느껴져서” 등이다. 시공간의 고정, 기계 복제성이라는 사진 매체의 특성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동기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사회관계 확대’로 타인과의 친분이나 사회관계를 확대하려는 욕구로 사진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진을 통한 동호회 활동에 관심이 있어서”, “사진이 친구를 사귀는데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사진을 통해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SNS, 사진 동호회, 사진 강좌 등 다양한 사진 활동에 참여하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동기 유형이다. 다섯 번째 동기는 ‘사진 기술에 대한 매료’다. “사진장비를 다루는 것이 좋아서”, “촬영, 현상, 스캔, 보정의 수행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서”,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촬영 행위가 좋아서” 등으로 얼리어답터로서 새로운 장비에 관심을 갖거나 사진의 과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사진 활동 동기는 ‘장면의 소유’로 응답자들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거나 타인과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의 장면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하려는 심리를 반영한다. “좋은 경치를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서”,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등과 같이 추억과 경험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보여주는 동기다. 이처럼 사진 활동 동기는 6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고, 사진 활동은 대개 이 요인들의 범주 내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동기가 응답자들의 사진 활동을 모두 포괄하거나 설명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만큼 사람들이 사진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동기 한두 개로 개개인의 사진 활동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인간의 심리가 복잡한 것처럼 사진 활동의 이유나 동기도 여러 개를 조합해야 설명 가능한 상황도 생기는 것이다.     
 
DSLR 카메라 보급의 확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상시 휴대는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활용 폭을 크게 확대시켰다. 추억 남기기, 기록, 예술 활동 등과 같은 전통적인 사진의 목적의 더해 공유와 사회관계 확대라는 새로운 활용이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은 그 어느 매체보다 일상과 더욱 밀접해지고 쓰임새가 확장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나 사진 애호가들의 사진 활동 이유나 동기도 더욱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그것은 사진이 그 어느 매체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민주적인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의 쓰임새나 활용 동기에 대해 한두 가지 요소로 단정 지어 정의하고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진 활동 동기의 복합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사진에 대한 생각을 수용하는 풍토 속에서 사진문화는 더욱 풍성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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