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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1.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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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방앗간에서 짠 들기름

 

밤새 소복이 내린 눈이 백운산을 하얗게 덮고 병풍처럼 설경이 펼쳐졌다. 영종도에 밤새 내린 눈을 녹이듯 따뜻한 햇빛이 비춰들며 아침을 연다. 들기름을 살짝 발라 구운 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흰쌀밥을 싸서 한입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아침 식사가 된다. 

 

작년에 짰던 들기름이 다 떨어졌다. 들기름이 떨어지니 쌀 농사짓는 집에 쌀이 떨어진 것처럼 초조해진다. 들기름을 가을부터 구했지만 올해는 들기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작년에 이맘때쯤 구입한 들기름으로 일 년 내내 국 끓일때, 나물 무칠때 이런저런 음식에 잘 먹어서 더욱 아쉬워진다. 

 

올해에는 들깨부터 구해서 들기름을 짜기로 했다. 들깨는 수확한 후 살살 씻어 몇 번을 거른 후 그늘에 말린 다음 기름으로 짠다. 시중에서 들기름을 사는 게 어려워서가 아니다. 시장에서나 마트에서 어디든지 살 수 있지만 국산 들깨로 짠 들기름을 구하기 쉽지 않아 시장에 갈 때마다 방앗간에 들려 들기름을 사오곤 했다. 그만큼 기름은 음식과 맛에 중요한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요리 프로그램에서 '무 스테이크'는 '나야, 들기름'이라는 어록을 남길 정도로, 들기름이 단순한 재료를 넘어 음식의 맛을 내는 메인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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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싸 먹을 때 좋은 들깻잎

 

- 영종도 해풍을 맞은 들깨의 고소함


영종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갯것 뿐만아니라 백운산과 송산, 석화산 등 산과 들에 해풍을 맞은 곡식들도 풍부하다. 산 밑 자투리 밭이나 밭두둑에 들깨를 심으면 여름에 깻잎을 따서 쌈과 깻잎나물, 깻잎장아찌를 해먹고 가을에는 씨를 수확해 털어 들기름을 짜서 일 년 내내 들깨를 먹는다.

 

옛날에는 참깨가 귀하고 들깨는 흔한 재료로 다산 정약용의 시에서 “들깨도 안 심는데 참깨가 있을쏜가(靑蘇不種況芝麻)”라는 구절에서 들깨와 참깨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들깨 모는 석 달 열흘 가뭄에도 침 세 번만 뱉고 심어도 산다”라는 말처럼 들깨는 어디서나 잘 자라 영종도에서도 들깨를 많이 심어 먹었다.

 

영종도 방앗간에는 가을에 거두어 말린 고추를 빻느라 분주하다. 고춧가루를 다하고 김장철이 지나야 들깨의 순서가 돌아온다. 들깨는 수확한 후 살살 씻어 그늘에 말린 후 기름을 짠다. 

 

들깨는 음식에 맛을 더하는 재료로 나물이나 반찬에 풍부한 고소함과 감칠맛을 내며 몸에도 좋다. <식료본초>에는 들깨는 성질이 따뜻해 기운을 보충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뼈속까지 채워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석간경험방>에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정(精)을 보하려면 들깨로 국을 끓이거나 죽을 쑤어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본초강목>에는 ‘들깨를 갈아서 쌀과 섞어 죽을 쑤면 매우 기름지고 맛있으며 기를 내리고 보익한다’고 하여 예부터 들깨죽은 환자 회복식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또한 들깨는 ‘강기거담’하여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없애는데 도움을 주며 ‘윤장통변’으로 대장을 원활하게 해서 변비를 치료하는 약재료 쓰여와 기운이 없는 경우 들깨가 도움이 된다. 날것으로 섭취하면 몸이 들기름의 좋은 성분을 더욱 잘 흡수할 수 있어 건강에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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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말리는 풍경

 

이처럼 들깨와 들기름은 오장육부와 뇌를 살리는 종합영양제로 몸에 좋다. 들기름은 식용 기름 중에서도 지방산 리놀렌산(오메가-3)을 약 60%나 함유하고 있어 매일 꾸준히 한 숟가락 정도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먹으면 몸에 흡수가 잘 된다. 고혈압 예방, 동맥경화 그리고 항암효과에도 좋으며 특히 기침을 멎게 한다. <식물본초>에는 ‘들깨는 해역(?逆, 딸꾹질)과 하기(下氣)에 주효하다’고 했다. 피부를 곱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서 옛날부터 혼기를 앞둔 딸에게 많이 먹였다고 하는데 혈관 속에 발생하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며 비타민E 성분이 잡티, 기미, 주근깨, 거친피부를 개선해 주고 피를 맑게 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 고소함이 담겨있는 ‘임자’ 


들기름은 다양한 요리 재료로 쓰이는데 들기름을 팬에 넉넉히 둘러 두부를 구우면 두부가 노릇하게 구워져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들기름의 고소한 맛과 감칠맛이 두부에 베어 입안에 퍼진다. 들기름은 반찬에도 많이 사용하는 데 묵은지를 씻어 들기름에 달달 볶으면 간단한 들기름 묵은지볶음으로 겨울 입맛을 사로잡으며 가을 단무를 채썰어 들기름에 자작하게 볶으면 담백하면서도 달큰한 밥반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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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 들기름 김치볶음

 

고소함을 표현할 때 '깨가 쏟아진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깨가 쏟아진다'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사람이 오붓하거나 몹시 아기자기하여 재미있어 보이는 상태'를 뜻한다. 깨는 한자로 <목민심서>에서는 ‘임(荏)’이라 하는데 들깨를 야임(野荏)이라고 하며 참깨는 진임(眞荏)이라고 한다. ‘임(荏)’이라고 하면 들깨를 말하고, ‘임자(荏子)’도 들깨를 의미한다. ‘임자’라는 단어는 부인이나 남편을 부를 때 사용하는 말로 들깨의 고소함처럼 배우자를 부를 때 ‘임자’라는 단어는 얼마나 고소한 단어인가. 

 

‘들기름 한 말만 먹으면 문지방을 못 넘는다’라는 속담처럼 영종도 방앗간에서 나는 들기름의 고소한 냄새는 방앗간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게 한다. 입맛 없을 추운 겨울 들기름의 고소한 맛과 건강까지도 챙기는 한 해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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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으로 볶은 밑반찬

 

<들기름의 포인트 3가지 >

첫 번째, 들기름은 보관이 중요하다. 산화가 빨리 되어 산소와의 접촉을 피하고 밀봉하여 냉장 보관해야 하며 5개월 이내에 먹어야 산패가 되는 것을 막는다. 

두 번째, 일반 들기름은 고온에서 볶아 짜내어 진한 갈색을 띄며, 고소한 향이 강하다. 생들기름은 들깨를 찌기 때문에 맑은 노란색과 은은한 들깨의 향과 맛을 낸다. 

세 번째, 들깨는 과량 섭취하면 소화불량,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하루에 2스푼 정도가 적당하다.   

 

<들기름 구입 팁>

영종 제일방앗간 032-746-1144 / 영종 중앙방앗간 032-746-3642 / 하늘방앗간 0507-1440-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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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혜정의 영종도 맛기행> 들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더 크게 느껴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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