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서 3월에서 5월 사이 들녘을 걷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봄을 품은 향기, 바로 쑥이다.
영종도와 강화도 주변에는 쑥이 유독 잘 번식한다. 작물을 위해 쑥을 밭에서 쏙아내 버려야 할 정도로 잘자라 ‘쑥대밭’이라는 말이 생긴 이유를 알 것 같다.
쑥을 보면 어린 시절 쑥개떡을 싸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봄날이면 쑥을 뜯어 쑥개떡을 만들어주셨는데 배고플 때면 갓 쪄낸 쑥개떡에 참기름을 살짝 발라주시면 향긋한 쑥의 향과 고소한 풍미, 찰지고 쫀득한 식감에 자꾸만 손이 갔다. 그때의 따뜻한 냄새와 맛은 해마다 봄이 오면 쑥개떡과 함께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조선시대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도 쑥이 빠지지 않는다. 음력 2월, 이른 봄에 뜯은 쑥을 간장국에 달이고, 다진 꿩고기와 마른 청어를 찢어 넣은 뒤, 달걀과 기름을 풀어 끓이는 쑥국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시의전서’에서는 ‘애탕’이라는 이름으로 쑥국으로 눈이 녹고 쑥이 움을 틔우는 세말춘초, 여린 쑥을 다져 쇠고기와 함께 환을 만들어 달걀옷을 입혀 끓이고, 깨끗이 손질한 북어껍질을 넣어 국물 맛을 깊게 한다고 나온다. 특히 10월에 잡은 생선과 봄 쑥을 함께 끓이면 쓴맛과 기름진 맛이 어우러진 별미가 된다.
쑥은 음식이면서 동시에 약이다. ‘7년 병을 3년 묵은 쑥으로 고쳤다’라는 속담처럼, 예부터 쑥은 귀한 약초로 여겨졌다. 비타민 A, C, E가 풍부해 세포 손상을 막고 염증을 줄이며 면역체계를 돕는다. 지혈작용도 있어 상처에 비벼 붙이면 피가 멎고, 혈액순환을 도와 손발이 찬 이에게도 효과적이다. 쑥은 몸을 데우고, 기운을 북돋우며, 독을 풀고 피를 맑게 해주는 봄의 처방전이다.
쑥의 맛은 단순히 ‘쓴맛’이라 하기 어렵다. 입에 닿는 첫 순간의 쌉싸름함, 이어지는 은은한 단맛, 마지막에 남는 깊고 풍부한 향. 그래서 쑥은 약초도 나물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귀한 음식이다.
특히 영종도는 바닷바람과 갯벌의 기운을 머금은 쑥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바람을 타고 올라온 향은 일반 쑥보다 진하며, 해풍 맞은 쑥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약성도 강해 인기가 많다.
영종도의 봄, 바람을 타고 오는 향기 쑥
영종도 갯바람을 맞으며 자란 쑥은 향이 진하고 쌉쌀하면서도 맑은 맛이 나서 일반 쑥과 다른 향긋함 더 전해진다. 또한 갯벌과 가까운 곳에 자라는 해풍 맞은 쑥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약성이 높아 인기가 많다.
막 돋아난 어린 쑥은 쑥떡, 쑥국, 쑥튀김, 쑥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쑥의 맛을 표현한다. 쑥떡은 쌀가루의 부드러움과 함께 쑥의 향과 맛을 맛볼 수 있으며 떡의 색깔도 예쁜 초록색으로 속까지 든든하게 하고 쑥국은 맑은 국물에 된장과 바지락을 넣어 끓이면 쑥 향이 국물에 퍼져 봄 향을 머금고 시원한 맛이 국물에 깊이 우려난다. 쑥튀김은 뜨거운 기름에 쑥의 향을 가두어 쑥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아삭한 식감으로 쑥의 맛이 두 배가 된다. 쑥차는 가장 순수하고 은은하게 쑥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쑥버무리와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의 담백한 흰살과 쑥의 향이 어우러지면 국물은 더욱 담백하고 감칠맛 나며 쑥의 향이 봄나물의 쓴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안에서는 시원하면서도 쌉싸름한 향과 기운이 동시에 퍼진다. 쑥버무리는 봄철 즐기는 떡으로 쑥개떡과 달리 포슬포슬하면서도 부드러운 떡의 식감에 달콤함이 더해져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봄 떡이다.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의 향이 바람에 실려 온다. 그 향을 따라, 옛 추억을 떠올리며 쑥떡을 하나 입에 물고 꽃길을 걸어보자. 쑥 내음 가득한 봄날, 영종도의 봄은 그렇게 시작된다.
<쑥 포인트 3가지 >
첫 번째, 쑥은 노지에 있어 흙이나 불순물, 벌레 등이 있을 수 있어 깨끗한 손질과 세척이 필요하다.
두 번째, 도로 가까이에 난 쑥은 중금속을 흡착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채취해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세 번째, 쑥은 30초에서 1분 이내로 짧게 삶아 주고 데친 숙은 찬물에 헹군 뒤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