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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_다시 시동 걸게 된 콜버스(i-mod), 전동킥보드(i-zet)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 사업’ 선정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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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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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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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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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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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랩 수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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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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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버스 시승

 

지난해 9월 20일 금요일 저녁 7시. 영종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영종국제도시의 대중교통문제’ 해결해 보자는 열의로 가득 찬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스마트시티 리빙랩’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모임은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주민들의 입장에서 해결방법을 찾는 새로운 시도’였다.


그동안 행정이 공무원의 입장에서 설계하고 목소리 큰 일부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져 왔다면 ‘리빙랩’은 다수의 주민이 참여하는 합리적인 의견수렴의 과정이었다. 지역주민 50여명이 참여한 리빙랩은 11월 말까지 격주 금요일 저녁을 반납한 열띤 의견 도출의 장이었다.

본 기자도 2002년에 영종도로 들어와 10여년째 살고 있는 주민으로 이 모임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가 2019년 국토교통부의 예비지원 사업으로 6개도시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두 곳을 뽑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 사업에 선정되면 150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영종국제도시의 대중교통 문제해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몇 번의 모임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인천시 스마트도시 담당관실 공무원들에게 주민들은 영종국제도시에 부족한 대중교통, 공항철도 요금, 환승할인문제, 고속도로 통행료 등 다양한 불만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스마트 담당관실 공무원들은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더 짊어져야 했고, 리빙랩을 진행한 연세대학교 교수와 연구원들은 더욱 공감하며 주민들의 분노(?)를 삭이고 슬기롭게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갔다. 11월이 되어 모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주민들과 공무원, 그리고 연구원들은 함께 웃을 수 있었다. 

12월 드디어 15인승 버스 8대로 영종국제도시 전지역에서 콜버스(i-mod)가 운행되고, 운서동 공항신도시에서 45대의 전동킥보드(i-zet) 실증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용시간이 많은 출퇴근시에는 배차가 안되는 문제, 가까운 거리를 뱅뱅도는 네비게이션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도출되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 서비스의 무용론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에 주민들은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버스가 운행하지 않던 새벽시간(4시)부터 심야(12시)까지 운행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부르면 도착시간을 알려주고 동승자가 없으면 목적지까지 택시처럼 바로 가기 때문에 새로운 대중교통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요금은 일반버스요금과 같은 1,250원. 2개월의 실증서비스 기간 동안 영종국제도시 주민의 12%(12,045명)가 이 서비스를 28,800건 이용했고 이동에 소요되는 대기시간은 평균 18분에서 13분으로, 이동시간은 27분에서 16분으로 단축하는 효과를 얻었다.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 사업 선정을 위한 과정은 험난했다고 관계 공무원들은 말한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의 관심은 각별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스마트도시담당관실에 ‘이 사업을 무조건 따오라’고 지시한 것. 또한 국토교통부의 선정기준도 바뀌어 정부 지원 예산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참여기업이 같은 금액 이상으로 매칭펀딩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은 것이다. 스마트도시담당관실은 예산부서를 찾아가 읍소하고, 현대차·현대오토에버 등 참여기업을 설득해 국토부 기준을 넘는 매칭펀드를 제안할 수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최종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실증서비스는 1월말까지인데 최종보고서의 제출은 2월초였다. 스마트도시담당관실 공무원들에게 설 명절은 없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등을 바탕으로 콜버스(I-mod)의 솔루션을 만든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들도 이미 지난 10월부터 영종국제도시에 숙소를 얻어 주민처럼 살고 있었고, 각종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작성으로 가족들 얼굴을 본 지는 꽤 오래되었다고 한다.

2020년 2월 14일 국토교통부는 ‘스마트 챌린지 본사업’으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경기 부천시를 최종 선정하고 발표했다. 당초 두 곳이었던 본 사업지가 세 곳으로 늘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시에서 제안한 도시문제 해결 솔루션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영종국제도시 대중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시티 리빙랩’을 이끌었던 연세대학교 한 연구원은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행정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최대 공약수를 찾아가는 과정이여야 한다”고 말한다.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은 하반기에 더욱 업그레이드된 콜버스(i-mod)와 지역이 더욱 확대된 전동킥보드(i-zet)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불금을 반납하고 영종국제도시의 주민으로써 솔직한 의견과 생각을 풀어냈던 50여명의 리빙랩 참여 시민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여러 생각들을 아이디어로 정리한 연세대학교 ISI 연구원들, 영종도에 기거하면서 주민이 되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계속 보완해 왔던 현대차·현대오토에버 관계자들, 운행 한달 전부터 버스기사들을 모집하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기사분들의 친절을 무엇보다 강조한 버스운영업체 씨엘, 중앙정부와 시, 또 구청의 각 부서 공무원들로 향한 주민들의 분노와 비난의 화살을 전부 받으면서도 묵묵히 진행했던 인천시 스마트담당관실 공무원 등 모두의 합작품이다.

리빙랩에 참여했던 지역주민 박순애씨는 “주민들이 참여해 우리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듣고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좋았는데, 이렇게 본 사업에 선정되어 참여한 사람으로써 아주 기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콜버스와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본 사업 선정은 이것이 결과가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도출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 사업 자체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로 발전시켜야 하는 문제, 또 버스나 택시업계와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의 도출도 남아 있다.

2월 초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관계자들은 현재 탈진상태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현대오토에버 한경섭 차장은 병원에 입원했고, 설 명절도 반납하고 보고서를 준비했던 인천시 스마트담당관실 문미란 주무관은 최근 병가를 냈다. 김미혜 주무관도 아침 저녁으로 병원치료 중이라고 한다. 애쓰신 모든 분들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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