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미담
- 백운골에서 온 편지
요즈음 지인들로부터 TV나 인터넷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TV를 켜면 정치권의 대치 상황, 고위 공직자들의 일방통행적인 불통의 언행들이 답답해서 동물의 왕국이나 여행, 스포츠 프로그램을 본다고 한다. 지난주 오후 4시경 한 TV 프로그램에서 ‘치매에 걸린 80대 남편을 살해한 40대 아내’, ‘구미에서 3살 여자아이가 빈집에 방치된 채 숨진 사건’, ‘부인이 밥 안 차려 준다고 부인을 위협했다는 사건’을 분석 예측하며 신나게(?) 토론하는 것을 보다 못해 채널을 돌렸다. 사건의 보도는 흥미 유발만이 아닌, 사실 확인 및 이를 통한 재발 방지가 주목적이 아닐까? 사회의 어두운 면을 굳이 저렇게 많은 시간을 배정해야 할 만큼 프로그램 구성할 소재가 없었나 안타까웠다.
또 자주 듣는 얘기가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또는 감동적인 소식을 접하면 주책없이 눈물이 흐른다.
얼마 전 서교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본인도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조실부모한 형제들에게 베푼 온정의 이야기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치킨집 사장님의 친절에 감동한 많은 시민이 그를 응원하고, 온정을 받은 소년 가장은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 자기가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갚고 싶다’고 전했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연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인천에서도 쪽방촌 주민들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자’라는 마음으로 지난 2008년 처음 모금을 시작해 12년간 릴레이 기부 1천4백만 원을 했다고 한다. 본인들도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으며 사는 어려운 처지에, 더구나 코로나로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감동적이다.
6.25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를 둔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 열병으로 지적장애를 지닌 상황이었기에, 오닐은 아일랜드계 미국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장애가 있는 한국 여인을 입양하고 또 그의 아들을 끝까지 뒷바라지해 준 조부모의 사랑을 본인의 친자식도 힘겨워하는 요즈음에 다시 한 번 떠올려보게 되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따뜻한 소식이 그립기에, 사나이가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냐는 소리를 듣더라도, 나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소식을 더 자주 듣고 싶다.
(사)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