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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4.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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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골에서 온 편지 ]

 

상쾌한 봄볕을 즐기며 씨사이드 파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바라보니 60대 중후반의 아저씨가 젊은 학생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몇 명의 학생들이 자전거 도로에서 남들에게 방해되게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격하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저렇게 싸움하듯 험한 말로 야단치다가 봉변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는데, 다행히 학생들이 조용히 옆으로 비켜 일단락되었다. 

알아듣게 타이르는 것이 좋을 듯한데, 다짜고짜 욕이 섞인 호통은 자기 화풀이로 보였다. 

그때 생각나는 것이 말이 ‘꼰대’였는데, 집에 와 사전을 찾아봤다. 꼰대질은 ‘명사인 꼰대에 '행위'를 뜻하는 접사인 '-질'을 붙여, 자기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시대착오적 설교를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라떼는 말이야’와 ’갑질‘도 그와 비슷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갑질의 행태를 매스컴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접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한 비난과 훈계질이 도가 넘고 있다.

 

며칠 전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젊은 담당 직원의 서비스가 약간은 미숙했지만 친절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종업원이 들어와 예약 시간이 끝나가니 대화를 마무리해 달라고 했다. 다른 예약 손님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함께. 예약했던 친구가 2시간으로 예약 했으니 확인해 보라고 종업원에게 말했다. 이때 옆에 있던 친구가 우리는 식사를 이미 끝냈고, 다른 예약 손님들이 기다린다니 다른 곳에 가서 커피 한잔하자고 제의했다. 그 친구의 말에 모두 동의해서 바로 일어나 나오면서 사장님에게 우리 테이블에 봉사했던 직원의 서비스가 참 좋았으니 꼭 칭찬해주라고 얘기도 덧붙였다. 업주와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직원의 친절함도 칭찬하고 나오니 기분이 상할 일도 없어 유쾌한 시간을 끝까지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은 참 인색한 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래가 불안하여 하루하루 버텨내기 어려운 20대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따뜻한 격려는 못 할망정 ’꼰대질‘만이라도 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사)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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