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의 곁가지와 삶의 곁가지
(사) 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내가 가꾸는 주말농장에는 30여 명이 각자 농작물을 기르고 있는데, 상추 등 쌈 채소가 가장 인기 품종이다. 싱싱한 쌈과 삼겹살은 대한민국 최고의 선호 메뉴로 우리 부부도 평생 먹은 쌈 채소보다 올해 먹은 양이 더 많은 것 같다.
주말농장에는 한두 종류의 작물만 심는 이도 있고, 10가지도 넘는 작물을 가꾸는 이도 있는데, 통상 초보자는 욕심이 많아 다양한 품종을 심는다고 한다. 왕초보인 우리 부부도 다양한 작물을 누구보다도 많이 빽빽이 심었다. 좀 심했나 싶어 영농 선배님을 초대해 우리 농작물의 상태에 대해 점검을 부탁 드렸다.
고추 모종은 아랫부분의 순과 어린 고추들은 따주고, 토마토도 아랫부분에 있는 곁가지들을 제거했다. 옥수수도 부실한 것을 잘라 버리고 상태 좋은 한 두 개만 남기라 하셨다. 고추, 토마토의 곁가지와 옥수수를 잘라내는데 아까워서 가슴이 얼얼했다. 그러나 조그만 6평 땅에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욕심껏 심는다고 많은 소출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예전에 비해 현재의 우리는 가진 게 참으로 많다. 물론 부족한 것보다는 편리할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도 삶이 그만큼 더 여유로워졌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요즘 많은 가정에는 냉장고가 대형으로 바뀌고 거기다 김치냉장고까지 온갖 음식물로 꽉 차 있는데 어떤 음식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최근 TV를 시청하다 보니 집 안을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는데, 집안이 마치 쓰레기를 쌓아 놓고 있는 듯 했다.
물건도 넘쳐나고, 많은 정보와 사람과의 인연도 넘쳐난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 멋진 사진과 글들이 SNS를 타고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다 살펴보기조차 힘들다.
전문가가 농작물의 곁가지를 쳐내니 가지와 잎 사이로 햇빛과 바람이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공간이 있어야 병충해도 덜하고, 원가지가 튼실하게 자라 열매도 잘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도 공간 확보를 위해 곁가지들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인연도 일도 늘리거나 유지하려 너무 애쓰지 말 일이다. 사람의 인연도 적당한 거리가 유지될 때 오히려 건강한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듯싶다. 적당의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젯밤 비에 농작물들이 몰라보게 자랐겠지?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농작물에 인사하러 밭에 가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주말농장이라는 곁가지가 또 하나 늘어났네….
(사) 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