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단지에서 을왕리 쪽으로 달리다 보면 인재개발원 못미쳐서 야트막한 언덕 위에 새로 지은 쌈밥집이 하나 나타난다. ‘바다로 가는 길목’이라 하여 ‘해목’이다.
90평에 달하는 탁 트인 주차장에 一자형 신축 건물의 통유리, 그리고 그 옆으로 목조 테라스가 인상적인 구조다.
해목의 이미영 사장은 본래 서울 돈암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했다. 인천공항 지하에서 10여 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해 온 남편이 최근 공항 사정으로 일을 접게 되자 부부가 함께 집 가까운 곳에 가보고 싶은 맛집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 쌈밥집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방은 한식경력만 50 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친정어머니 김옥자 여사가 맡았다.
주변에 이미 자리를 잡은 쌈밥집들이 있어 후발 주자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사장에겐 오히려 그것이 첫번째 고려 조건이 되었단다.
-각기 특색이 있다고 봐요. 손님들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고요. 저희들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거지요. 또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한 겁니다. 아직 ‘더러’ 있지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잖아요.
대표음식인 송이돌솥밥의 송이는 경북 봉화농협에서 영종농협으로 직송한 100% 자연산이다. 모두 그날 그날 새로 구입해 쓰며 쌈밥에 사용하는 야채도 늘 6 종류 이상으로 유지되도록 한다. 손님들이 대부분 영종용유권 이웃들이거나 공항에서 십여 년 동락을 같이 해온 사람들이기에 가급적 가정식의 느낌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밥이나 찬, 야채는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해목의 특징을 꼽으라면 ‘정갈함’을 들 수 있다. 점심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야채 등 식재료는 손님이 많건 적건 오후 2시가 되면 어김없이 폐기되며, 저녁엔 언제나 새로 준비한 신선한 재료가 기다린다. 다른 집과 다른 특징을 하나 더 들자면 칼칼한 강된장 맛을 내는 우렁쌈장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식 50년 김옥자 여사의 숨겨진 비기(秘記)다.
메뉴는 정식 외에 저녁 손님을 위해 고기 두 종류와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국수 두 가지가 준비된 것이 전부이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으면 선택의 폭은 넓어지겠지만 그만큼 음식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식당 내부에 여러 음식 냄새가 섞여 배어 손님들도 원하는 주 메뉴의 풍취를 즐길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는 식당 곳곳에 숨어 있다. 낮은 一자형 건물의 통유리로 펼쳐진 전면은 홀을 한층 밝고 아늑하게 하여 상쾌한 기분으로 점심을 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격이다.
중요한 모임이 있는 손님들을 위해서는 각각 16인실, 8인실의 내실도 5 개가 준비되어 있고, 대형 레스토랑이라고 할 순 없어도 시내나 업무단지에서 예약한 손님들을 위해 미니 버스와 승합차까지 준비해놓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용유나 을왕리에서 아직은 쌀쌀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겨 거친 세사의 각오를 다진 여객(旅客)들이 짭짤한 갯내음을 털며 언덕에 올라, 햇살 따스한 해목에서 진한 송이 내음에 젖어보는 것도 이 봄의 색다른 묘미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