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무역 갈등과 최근의 세계적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에너지와 리튬,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정부가 먼저 직접 나서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란-이스라엘의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면서 또다시 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우선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영국과 협력하여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에 대해 미국으로의 수입 금지 및 신규 생산 물량 거래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의 5%, 구리의 4%, 니켈의 6%를 각각 생산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국제 원자재 유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정세 변동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글로벌 자원전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자원의 공급은 제한되어 있지만 자원 수요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인해 자원 확보를 둘러싼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자원 확보 경쟁 갈수록 더 심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최우선 정책 수행 과제가 되었다. 자원은 이제 국가간 이해관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20세기 냉전의 단초가 이념의 갈등이었다면 21세기의 냉전은 원유와 가스, 광물 같은 자원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미개척 지역이 많은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은 자원의 전쟁터이다. 아프리카는 과거 미국과 유럽이 독차지하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 이였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저금리 차관과 인프라를 앞세워 자원을 선점하고 있다. 남미 지역도 철광석, 리튬, 구리 등을 확보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자원은 이해관계자들이 공급과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이른바 ‘전략적 상품’이 되었다. 최근에는 희소성과 편재성을 이용하여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에너지의 경우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공급 분쟁이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수송로인 우크라이나가 중간에 가스를 사용하고 그 대금을 체불한 것이 분쟁의 원인이었다. 결국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수송을 중단함으로써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된 사건이다.
광물자원 사례는 중국의 對일본 희토류 공급 중단 사건이다. 2010년 9월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감행한 사건 역시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일본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를 사용하고 있는 최대 소비국으로 수입이 중단되면 첨단 제품의 부품 공급망이 타격을 입는 산업구조이다. 이러한 일본에 대해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전략적 목적으로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국가관계에서의 자원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 줬다.
자원 부국은 자원 무기화 가속
자원 무기화 현상과 더불어 자원부국들은 자원을 활용하여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원민족주의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들은 자원 국유화, 국영기업 우선 배분, 조세 부과, 수출 생산 제한 등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 수출 금지 조치를 했으며,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 수출 금지와 함께 보크사이트. 구리. 주석 등도 원광 수출 금지로 계획하고 있다. 필리핀도 니켈 광석 수출에 최대 10% 수준의 관세 부과를, 멕시코는 리튬 산업을 국유화했다. 중남미의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중심으로 리튬 산업 국유화 추진을 위한 ‘리튬 협의 기구’결성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안정적 자원 확보의 관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은 자원개발이다. 자원개발은 그 자체 개발만이 아니라 자원개발 서비스, 엔지니어링, 건설 등 주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고 도로와 같은 인프라 건설이 동반되며, 자원개발 이후에는 제품화 단계로 이어지는 등 추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복합 사업이다. 따라서 자원 수급 안정과 더불어 새로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기조와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자원 확보는 국가안보에 직결
우선적으로 중동 정세 불안과 기후변화에 대비해 국제 유가 및 석유. 가스. 광물 수급 리스크를 보다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로는 공급망 재편을 활용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과도한 소재 분야의 중국 공급망을 활용한 현지 시장 진출 전략과 중국의 자본, 기술, 시장을 활용한 새로운 협력 모델에 대한 검토가 마련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 구축을 통해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실리외교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원 확보 만큼은 이견이 필요 없다. 미·중 간 무역 분쟁에서 중국의 희토류와 흑연 수출 통제 조치 같은 무기를 이겨내는 방법은 자원 확보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자원개발을 통한 자원 확보는 곧 국가의 경제안보와 직결된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