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남단에 있는 나라 그리스. 15세기 중반부터 약 400여년간 이슬람국가인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아오다 1822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실제 독립은 그로부터 7년 후인 1829년 2월 25일 런던회의에서 정식으로 독립을 보장받았다.
그리스 인구는 2023년 기준 1,070만명으로 우리의 서울시 인구와 비슷하다. 1인당 GDP는 우리보다 낮은 27,800 달러이다. 유럽 국가 중 그런대로 살기 괜찮은 그리스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81년 10월 총선부터다. 당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이끈 좌파 사회당이 총 300석 의회의 173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그때부터 그리스의 운명은 달라지게 됐다. 파판드레우는 1981~1996년까지 11년간 그리스를 통치했다.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부터 늘렸다
파판드레우가 처음 집권한 1981년 그리스 공무원은 30만명이었다. 구제 금융이 들어간 2010년에는 90만명으로 3배로 불어났다. 이 무렵 취업 인구 4명 중 한 명꼴로 공무원이었다. 공무원 증원은 단기간에 손쉽게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공무원은 신분보장은 기본이고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보장받고 친정부 세력이 됐다. 무리하게 공무원을 늘리고 복지 혜택을 퍼준 결과 나라 빚은 천문학적으로 쌓여갔다. 1980년 그리스 국가 부채는 16억 유로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2000년에는 92배인 1,482억 유로까지 늘어났다. 국가 부채가 2018년에는 184.8%까지 상승했다. 급기야 부채를 갚기 위해 항구. 공항. 섬. 유적지. 호텔. 해변 등 정부가 가진 시설물을 닥치는 대로 해외 민간 자본에 팔아 넘겼다. 지난 10년 동안 약 12조원 어치를 민간에 팔았다.
시간을 돌려보면 2000년대 초부터 그리스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0년 국가 파산 위기에 처한 그리스 정부는 재정 적자를 매꾸기 위해 최대 항구이자 아테네의 관문이라 불리는 피레우스항을 중국에 팔았다. 파레우스항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이 교차하는 매우 중요한 항구이다. 이런 항구를 중국 원양해운기업(COSCO)에 넘겼다. 파레우스항엔 그리스 국기가 아닌 중국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이것도 부족해 피레우스항에 이어 둘째로 큰 항구인 테살로니키항의 운영권도 2018년 다국적 기업에 넘겼다. 뿐만아니라 로도스섬 공항 등 14개 지역 공항 운영권은 독일 자본에 팔렸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총 3,100억 유로(약 415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한때 세계 1위 해운 강국이며 세계가 자랑하는 고대 문명의 산지인 그리스의 비참한 모습이다. 그리스 정부의 나라 살림은 오직 무상 지원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당시 출근시간대 대중교통 무료화부터 전 국민 대상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시했다. 또 65세 이상 무주택자에겐 주택 수당으로 월 360유로, 당시 우리 돈 약 48만원을 지급하고, 1인당 가구엔 매달 200유로 (약 27만원)을 나눠줬다. 국회에 야당이 있었지만 힘이 없었다. 포퓰리즘의 달콤함을 맛본 국민과 기득권층이 돼버린 공무원, 그리고 노동조합은 야당의 반대 목소리를 귀 담아 듣지 않았다.
포퓰리즘은 국민이 뿌리쳐야 한다
국민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도박이나 마약같이 멀쩡한 사람도 한번 빠지면 좀처럼 구렁텅이에서 나올 수 없다. 한번 공돈 맛을 본 국민들은 좀처럼 그 황홀함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 그 유혹에 눈멀면 우리도 그리스의 전철을 밝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도박이나 마약은 처음부터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포퓰리즘을 단호히 뿌리쳐야만 한다. 어려울때 일수록 정공법으로 이겨내야 만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이 오늘이 있기까지는 눈물나는 사연들이 있었다. 중동의 사막에서, 독일의 탄광 등에서 종자돈을 만들어 오늘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나라가 망가진다는걸 알면서도 그리스인들은 마약과도 같은 복지 혜택의 사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는게 그리스가 주는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한국이 그리스처럼 되지 않으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장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정부는 정공법, 원칙, 법에 근거로 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새 정부가 지난 4일 정식 출범했다. 주인공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가난한 소년공 출신으로 대한민국의 지도자 자리에 오른 입지적 인물이 됐다. 서민의 삶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이 대통령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은 건너라고 있는 것이다. 못 건너 갈 강은 없다. 이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손을 잡고 험난한 강을 걷너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최악의 중병은 날로 극심해지는 진영 갈등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가족끼리도 멀어지는 갈등의 시대다. 그래서 극한 대립의 상처를 치유하는 책무가 대통령에게 있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 통합을 약속한 이 대통령이 반드시 국민통합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준 절반의 유권자도 소중한 국민으로 섬긴다면 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오직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과 상식 선에서 국민 모두를 섬기는 지도자가 돼야 전임자가 모두 실패한 통합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것만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외교, 안보,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게 민생 삶이다.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의 삶이 힘들다고 한다. 특히 소상공인, 빈곤층에 힘이 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배분과 정부 혜택을 줘도 소상공인과 취약 계층을, 기업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을 위한 선별적인 배분과 혜택이 돼야 한다. 부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