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7(금)

장인어른의 유산

- 故 정각수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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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7.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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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저의 장인어른께서 소천하셨습니다. 갑작스런 비보에 많은 분들께서 조문해 주시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셨습니다. 또 직접 조문을 못 오시더라도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셔서 덕분에 잘 모실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100일 남짓 사투를 벌이시다가 끝내 가족들에게 인사 한마디 못하시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모든 이의 삶은 소중하고 귀하지 않은 목숨은 없지만 제 장인어른의 장례를 치르면서 울림이 있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장인 故 정각수님은 1968년 체신청을 시작으로 해운항만청, 건설부, 교통부를 거쳐 지금의 국가철도공단에서 공직생활을 마친 공무원이었습니다.    

 

36년간의 공직생활로 이룬 것은 정년 퇴직 즈음 장모님께서 박봉의 월급을 살뜰하게 모아 용인에 작은 아파트 하나 장만한 것이 재산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한 가정에 가장으로 두 딸을 잘 키워 결혼시키고 친구들과 이웃들의 신망이 두터운 호인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장인은 모범공무원이었습니다. 청렴하게 공직 생활을 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제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 사업을 해보겠다며 정년도 보장되고 월급도 잘 주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결국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저의 장인은 안쓰러운 마음에 저를 불러 미안해 하셨습니다. “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몇 번만 눈을 찔끔 감았으면 이렇게 어려울 때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내 양심을 지키겠다고 가족들 어렵게 살게 한 것이 아닌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큰 죄를 지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청렴하게 살아오시고 주위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시기에 살고 계신 아파트에서 주민들의 요청으로 입주자대표회장을 맡으셨습니다. 아파트의 모든 계약이 투명해지고, 경쟁입찰로 지출 비용이 줄어들자 입주민들의 관리비도 낮아졌다고 합니다. 또 아파트 바로 앞에 들어서는 신축 공동주택의 소음과 분진 피해에 대해서도 머리띠 두르고 비대위 구성해 합의금 받아 그들만의 잔치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장인어른은 현금 보상액보다 많은 금액의 아파트 단지 시설물 개선과 보완 등을 시공사와 협의해 이끌어내셔서 주민들의 갈등을 없애고 더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의 요청에 입주자대표회장을 연임하셨고 임기를 마치셨을 때는 입주민들의 명의로 ‘감사패’를 받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시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먼저 세상을 등진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전주고등학교 동문들이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현역 시절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전주고 동문들은 ‘친구들의 존경을 받는 참 바른 사람이었다’며 저의 어깨를 토닥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장인어른을 보내드리고 고인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비록 많은 부는 물려주시지 못하셨지만 진정 고귀한 가치를 유산으로 남겨주셨습니다. 항상 귀를 귀울이며 들으려고 하셨고, 말하는 것보다 몸으로 먼저 실천을 하셨습니다. 소탈하지만 기품이 있으셨고,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늘 약자에 대해 더 많이 배려를 하셨고, 실수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손자에게도 사과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짧은 글로 고인의 인생을 말하고 그분의 생각을 온전히 전할 수는 없지만 장인어른이 남겨주신 삶의 자세는 저를 다시 추스르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며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주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이 또 그 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제 장인어른의 삶에서 작은 울림이라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 송별사를 써 봅니다. 

 

다시 한번 제 장인어른의 명복을 빌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창근 편집국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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