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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8.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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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공부 외상인생

 

용유중학교장 김정렬(cooljy54@daum.net)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 50대 후반의 신사 한분이 교장실을 방문하였다. 학업성적은 좋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리학교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서였다. 초등학교 시절 돈이 없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제자들을 위하여 자기의 봉급을 쪼개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스승을 생각하면서 그와 같은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을 한 뒤 16세에 무작정 상경하여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뒤, 작지만 건실한 기업을 일구어 나름대로 성공을 하였다고 한다. 특히 ,학문에로의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2005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하여 지난해 2월에  최고령자로 졸업을 하였다고 한다. 그가 선행을 베풀고 만학도로 학업을 마치게 된 것은 그를 도와준 초등학교 시절의 담임선생님과  주위사람들에게 진 ‘외상값’을 갚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내 친구 가운데는 고등학교시절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해 , 학교에서 등교정지를 당하고, 참고서를 살 돈이 없어 친구들로부터 빌려보고, 아침에는 우유배달하고 저녁에는 신문 돌리고―학교에서는 피곤하여 졸고 ―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하여 지금은 굴지의 국내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사람도 있다.  그 친구역시 자기처럼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돕고 있다. 자기가 진 빚을 갚기 위해서란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하기전인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의 신세 안지고 공부를 하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국가나 사회, 그리고 가족 및 친지들로부터 신세를 지며 공부를 해야만 했다. 즉 외상으로 공부를 한 셈이다.
‘외상’이란 말은 ‘값을 나중에 치르기 로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의미하며,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 는 말이 있다. ‘당장 돈만 안내면 무엇이든지 하고 본다’는 말을 의미한다. 신용카드가 사용되기 전에는 외상거래가 유행이었다. 나도 외상장부를 만들어 놓고 술을 먹고 봉급날이면 돈을 갚고, 외상값을 갚았다고 해서 또 술 한 잔을 얻어먹곤 했다. 지금생각하면 낭만과 아름다운 추억이 있던 시절 같다. 그러나 신용카드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외상장부도, 외상을 주라고 사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냥 편리하게 ‘긁으면’ 된다. 당장 현금이 나가지 않으니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위험을 염려하여 나의 가족들과 학생들에게 하는 잔소리가 있다. “공부는 외상으로 해도 좋지만 인생은 외상으로 살지 마라 ”는 말이다. 공부를 하기위하여 자존심을 죽여도 좋고 구걸에 가까운 굴욕을 당해도 좋다. 가능한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시기를 놓치지 말고 죽을힘을 다하라고 한다. 이런 자세로 최선을 다하다보면 신체적인 약점도, 경제적인 어려움도, 모자라는 지적능력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고 나서는 지은 신세를 갚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외상으로 공부를 한 값을 치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와 사회가 준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해놓고 ‘자기 잘나서 공짜로 공부한 것’으로 착각‘을 하여 ’받을 줄 만 알지 베풀 줄‘을 모르는 꼴불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외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일정한 수입도 없으면서도 당장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하여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산다. 능력이 없어 이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저 카드부채를 막는 소위 ‘카드 돌려 막기’를 한다.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늘 빚에 눌려 산다. 희망은 없고 절망만 있다. 내일은 없고 오늘만 있다.
언제부터 우리사회가 이처럼 근검절약은 하지 않고 허영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땀을 흘리며 보람을 찾는 성실성을 잃어버린 것일까?  3년 만기, 5년 만기 재형저축을 하면서 월세 집에서 전셋집으로 , 그리고 내 집 마련을 하여 행복에 겨워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학창시절 열심히 저금을 하여 상급학교 진학을 할 때 등록금에 보태 쓰던 건전한 문화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학교나 직장에서 1인 1통장 갖기를 장려하고 저축의 날에 시상을 하던 아름다운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미국의 유명한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는 과거 저축강국으로 유명했던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수준으로 추락했다고 보도를 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과도한 사교육비와 과시형 소비형태를 꼽았다. 명품핸드백, 수입위스키, 고급아파트 등 체면을 세우기 위한 겉치레와 허영이 비이성적 지출과 과소비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저축률 하락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동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땀 흘리며 저축하고 건전하게 생활을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적인 이익 보다는 정치적인 고려에 의하여 전국토가 부동산 투기장이 되고 투자보다는 투기심리가 팽배한 증권시장의 모습 속에서는 우리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공부는 외상으로 해도 좋다. 그러나 인생은 외상으로 살지 마라”는 잔소리를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서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생활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오늘도 전해주고 싶다.

iaynews@hanmail.net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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