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중학교장 김 정 렬 (cooljy54daum.net)
지난 5월 중순 관교지구 교장자율장학협의회가 옹진군에 있는 대청중고등학교에서 열렸다. 대청도는 인천항에서 185Km 떨어져있는 별로 크지 않은 섬이다. 그러나 북한땅 옹진반도와의 거리는 약 40km에 불과하여, 이웃섬인 백령도, 소청도와 함께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남북간 긴장감이 늘 고조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날도 날씨가 좋아 4시간여 걸려 뱃멀미도 하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김영곤 교장 선생님과 최문호 선생님께서 인천항까지 직접 나와 동행을 해주었다. 대청도 선착장에 도착을 하니, 여러 사람들이 승용차를 몰고나와 환영도 해주고 안내도 해주었다. 성게알 국수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지역주민의 안내를 받아 대청도의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삼각산을 중심으로 쭉 벋어있는 해변의 기암괴석과 절벽을 품에 안아보기도 하고 백사장도 거닐어 보기도 했다. 사탄동해수욕장, 답동해변, 지두리해변, 옥죽동해변, 농여해변 등. 사탄동해수욕장 부근에서는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동백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66호)가 있었다. 짙은 꽃향기에 취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불러보기도 했다. 인근의 백령도와는 달리 산지가 대부분이고 밭이나 논을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대신에 통통 살이 오른 검은 염소들이 평화스럽게 산을 점령하고 있었다.
선착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협의회 장소인 대청유초중고등학교 이었다. 교장선생님 한 분이 유치원, 초등학교, 소청분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관리하고 계셨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는 20여분의 교직원이 ,중고등학교에 25분의 교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계셨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전교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교육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감동도 받았다. 부럽기도 했다. 가족과 떨어져 ‘막고 품으면서’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셨다. 학교가 집이고 일터이고 그 들의 전부라고 했다. 숨을 곳도 없고 숨길 것도 없단다.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연가조(귀향조)를 편성하여 한달에 한번씩 뭍에 있는 집으로 간다고 했다. 도(道)를 닦는 수행자의 심정으로 자기를 가두며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교직원들의 대다수가 40대 후반으로 자신의 건강도 관리해야하고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도 특별하게 돌봐야할 처지인데, 가족과 떨어져 산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때로는 목숨을 담보삼기도 한다.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그들이 도서지역근무를 자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 한가지 이다. 이곳에 3년을 근무하면 일정의 가산점을 부여받아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교직생활에서 평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한다고 하는 것은 하늘에 있는 별 따기 만큼 어렵다. 교감이 되는 길은 종합예술인이 되는 것 이상이다. 심지어 행정고시나 사법고시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선 승진을 하기위해서는 20여년 이상의 교직경력이 있어야하며, 각종 연수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한다. 연구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보직교사를 5년 이상 두루 거쳐야한다. 그리고 도서벽지, 나환자촌, 농산어촌 등 근무여건이 불비한 곳에서 일정기간 근무를 해야 하며, 고3담임 등 남들이 기피하는 부서에서 근무를 하여 공(功)을 인정받아야한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근무평정을 잘 받아야한다. 특히 최근 5년 동안의 근무성적이 나쁘면,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 할지라고 승진을 포기해야한다.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뚫고 승진을 해도 교감으로 인정을 받아 교감노릇을 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도서에 근무한 혜택으로 승진을 했다고 하면 관리자로서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있다. ‘교감자리를 땅에서 주었다’라는 말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도서에 근무하면서 보고 배우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사람의 소중함을 깨우치기 때문이다. 그리움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가족과 선후배, 친지, 동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문화와 생활이 전혀 다른 가난한 농산어촌지역에서 ‘배운 사람으로 산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스스로 배운다. 동네 어른을 만나도, 지역유지를 만나도, 학부모를 만나도 늘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대해야한다. 자신을 낮추는 연습을 몸에 베이도록 하여 내재화(內在化)시킨다. 또, 특별한 소명감이나 사명감이 없으면 아이들 잘 가르칠 수 없다. 교육여건이나 생활여건이 불비하여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이 너무 많다. 학교 외에는 그들을 보살펴 줄 사람도 없다. 학생하나 하나가 신앙의 대상이다. 학생 하나하나에 온 정성과 사랑을 솥아 부어야한다. 특히, 대청중학교 3학년 학생이 1명이라니 그 학생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이외에도 도서지역에서 근무를 하면서 선배교직원들에 대하여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는 방법을 배운다. 도서지역 학교를 거친 교직원 대부분은 학교교육활동에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서지방학교에 들어갈 때와 근무를 마치고 나올 때의 가치관과 태도가 달라져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육지에서 손님이 온다고, 전 교직원 전체가 합심하여 그물로 숭어를 60여 마리를 잡았다고 한다. 당신들이 자신들을 가두며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하듯이 숭어를 ‘가두리 그물’로 가두어 잡았다고 한다. 교직원들의 땀 냄새가 베인 싱싱한 숭어회를 안주삼아 아름다운 백사장 , 그리고 저녁노을이라는 자연 카페에서 정겨움의 술잔을 기우렸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 여러분의 환대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싱싱한 홍어회에 넘치는 지역사랑도 대청도를 다시 찾게 만들 것 같다.
우리 용유지역도 ‘막고 품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을 모시고 차별화된 교육을 하고 싶은데, 도서벽지혜택이 없어진다고 한다. 교무실로부터 들리는 한숨소리를 들으며 애가 타는 학교장의 심정을 누가 알아줄꼬. 대청도 선생님들이 부럽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