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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0.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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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거집단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한 개인이 자신의 신념·태도·가치 및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데 준거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회집단'  정의가 나온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몇 년 전까지 꽤 괜찮은 직장을 다녔다. 소위 말하는 억대연봉, 보장된 정년, 상상 그 이상의 복지,  수익을 걱정안해도 되는 사업구조…뭐 신이 모르는 직장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15년 가까이 다닌 그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니 '뭐 잘못한 거 있냐'고 물었고, '유니콘 기업을 만들 사업계획이 있냐' 고 궁금해 했고 그리고는 대부분 '직장이 전쟁터면 나오면 지옥이니 눌러 있으라'고 조언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이 회사가 잘 짜여진 사업구조로 안정적인 운영만 할 뿐 더 이상의 확장성이 없다는데 흥미를 잃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사고의 틀이 그 안에서 머물러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되자 답답했고, 10년은 재미있게 일 하고 그 후로 몇 년은 버텼지만 더 이상 이렇게 월급 받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 회사에 있을 때 바꿔 보려고 꽤 노력도 했었다. 주주들의 수익구조나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임원들의 회사 운영 전문성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노동조합을 만들 시도도 했었고, 사업구조를 다변화해서 새로운 수입원도 만들어 어마어마한 정부 보조금도 줄이고 정체되어 있는 직원 인사적제 문제도 해결해 보려고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관리자가 되어 내 일이 없고 아래 직원들 업무를 관리하는 것이 너무 재미없었다. 그래도 또박또박 나오는 월급에 갈등하면서 몇 해는 버텼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을 생각해 보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내 인생을 살자고 사직서를 냈다.
남편 또는 부모의 입장에서 '안 해주는 것과, 못해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안정된 직장 나와서 후회했던 것은 그런 자괴감이 들 때였다.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다. 애지간한 맨털이 있지 않고서야 할 수 없을 듯하다. 몇 번이나 높은 건물로 올라가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불만이 있어도 자기 뜻과 맞지 않아도 눌러 있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을 보호해 주고 생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조직이 사고하는 틀에 자신을 빠뜨려 버리고, 조직은 자기 삶의 전부가 되어 버린다.
최근 보수신문이든 진보언론이든 상관없이 어느 한 사안에 대해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나팔질을 하는 것에 대해 '그들의 준거집단인 조직에 곧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조국과 그 가족의 비리가 얼마만큼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언론들의 히스테릭한 반응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견제를 받지 않는 큰 두 조직이 있다면 검찰과 언론이다. 그들은 선출되지 않았으며 달달 외우고 시험 잘 봐서 들어갔다.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고 칼보다 무섭다는 펜을 휘갈겨 왔다. 검찰이 국민 앞에 그 권력을 내려놓으면, 그 다음은 온갖 권력 뒤에 숨어서 힘깨나 쓰던 언론기업이 될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국가정보 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면서 자기 입맛대로 정보는 가공하고 여론인양 얘기한다.
언론사도 돈 벌어야 먹고사는 하나의 기업이다. 정보와 광고를 바꾸고, 보도할 것을 보도하지 않고 국민의 편이 아닌 어느 돈줄과 권력 편에 서서 신문을 채우는 편집장난을 할 수 없으면 더 이상 큰돈은 벌 수 없다. 이것이 그들 앞에 마지막 도미노인(?) 검찰을 지금처럼 끝까지 그들 앞에 세워두고 싶은 속내가 아닐까?
언론인이 된 지금 그런 준거집단의 틀을 경계한다. 다행히 발행인의 생각은 대형 언론사의 사주가 가지고 있는 그런 언론관과 달라 편하게 이런 글을 쓰고 있고, 또 나름대로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의 눈과 귀를 대변하고 입을 대신한다는 중앙의 언론사들, 그리고 ‘무관의 제왕’ 노릇에 취해있던 부류의 기자들 지금 그들의 준거집단이 위기에 놓여있다.
<김창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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